건보공단, 담배회사 대상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2심서 패소…상고 계획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주식회사 케이티앤지 외 3명 손해배상 청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사진= 뉴스1 |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 법원이 아직도 이렇게 유보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정말 비통한 일입니다. 담배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계속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가 다 원하는 헌법에 나와 있는 우리의 기본권, 건강 추구권, 사회적 기본권 이런 것들이 다 없어지거나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한 뒤 작심 발언을 했다.
폐암 환자를 진료하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이날 2심 재판 패소 이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오늘 저희가 패소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사실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은 '누구나 다 담배 피우면 폐암 걸린다', '100%는 아니지만 어떤 폐암은 거의 100% 걸린다', 이것은 과학적 진실을 넘어서 진리"라며 "이 부분이 인정이 안 됐다는 것은 정말 아쉬움을 넘어서 아주 비참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담배 회사는 담배를 팔아서 수많은 이익을 얻고 그 이익으로 인해서 큰 회사를 굴리면서 떵떵거리고 사는데 거기에 피해 받은 우리 국민들은 오늘도 병실에서 아파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1년에 폐암 걸린 우리 국민이 4만명이 넘는다. 그리고 2만명이 폐암으로 사망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지금 대한민국 법원이 '담배가 폐암을 특히 소세포암, 편평세포암을 일으키지 않는다', '편평세포 후두암을 일으키지 않는다', '인정할 수 없다', 이렇게 했을 때 지금 담배를 막 시작하고자 하는, 시작하는 우리 청소년 또 청년들 어떻게 되나"라고 언급했다.
이어 "담배를 핀다고 당장 폐암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담배를 시작하고 30년이 지나면 병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것은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가지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뉴시스 |
정 이사장은 "소세포폐암인 경우 98%가 담배 하나로 인해 생겼다는 역학적 자료가 나와 있다"며 "소송 대상 환자 3465명 중 적어도 단 몇 명이라도 담배 때문에 (암이) 생겼다는 걸 인정해야 되는 것이 과학"이라며 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담배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의대) 교과서에 다 나오는 얘기다. 중독성이 없다고 얘기하면 의과대학 시험 문제에서 틀리게 돼 있다"며 "담배 위해성도 마찬가지다. 그걸 공부하고 환자들에 얘기해왔던 게 우리나라 의료계인데 의사들의 성의와 노력을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담배 회사를 향한 규탄도 이어갔다. 정 이사장은 "담배 회사는 '뺑소니범'"이라며 "차가 교통사고를 냈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사망을 했는데 운전자는 도망가 버린 것이다. 그 운전자는 담배이고 담배를 판 회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담배 회사가 끊임없이 여러 가지 자료를 대면서 재판부를 호도했던 게 있다고 본다"며 "힘없는 개개인이 잠시잠시 했던 담배 소송이 대법원 판례로 이어지면서 저희가 조금 넘어서기 어려운 장벽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상고할 계획이다. 공단은 폐암, 후두암에 걸려 요양급여비를 대신 지급한 환자들로부터 '당시 담배가 해로운지 몰랐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추가로 제출해 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1960~1970년대부터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2020년 11월 1심에서 패소했고 이날 2심에서도 패소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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