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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취수원’, 구미·안동 찍고 결국 ‘취수방식’만 바꾼다···2029년부터 안정적 취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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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취수원’, 구미·안동 찍고 결국 ‘취수방식’만 바꾼다···2029년부터 안정적 취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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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왼쪽)과 이형섭 물이용정책과장이 15일 대구시 동인청사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 사업안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왼쪽)과 이형섭 물이용정책과장이 15일 대구시 동인청사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 사업안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정부가 대구지역의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로 옮기지 않고 취수 방식을 달리해 식수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르면 2029년쯤부터 안정적인 식수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실 관계자들은 대구시청을 찾아 취수원 이전 사업(낙동강 맑은물 공급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했다.

이날 기후부는 “구미 해평 등지로 대구의 상수원을 이전하는 대신 현재 정수장 인근에서 강변여과수 및 복류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상수원 확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 및 안동댐으로 이전하려던 계획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취수 방식 변경안을 두고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은 “지금까지 나온 대안보다 깨끗한 원수를 취수하는 것, 그리고 지역 간 마찰 등으로 인한 ‘갈등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현재 낙동강 중류의 물을 취수 및 정수하는 대구 문산·매곡취수장 인근에 관로를 뚫고 취수정을 놓는 등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 상태에서 어느 정도 여과된 비교적 ‘깨끗한 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문산취수장 전경. 대구시 제공

문산취수장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지역에서 하루 평균 필요한 물의 양은 약 58만t이다. 정부는 새로운 대안인 강변여과수와 복류수(하상여과수)를 통해 수질과 수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강변여과수는 강변의 모래·자갈층으로 스며들어 자연적으로 걸러진 강물(하천수)을 모아 정수 처리해 쓰는 물이다. 토층 내 하천과 충분한 거리(20m 이상)를 두고 취수정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하천수의 여과층 체류시간을 늘려 수질개선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기후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양질의 원수를 확보할 수 있는 안으로 본다. 다만 지하수층 내 쌓인 오염물과 철·망간 등의 개선 효과(총인 등)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하수위가 낮아져 농사일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가피해 취수량 등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비해 복류수의 경우 강이나 하천의 모래·자갈층을 마치 자연 필터처럼 이용, 강물이 지층을 통과하며 정화된 뒤 별도의 취수정으로 모아 취수하는 물을 의미한다.


기후부는 모래·자갈층을 파내 약 5m 아래 지점에 관을 매설해 취수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강변여과수에 비해 수량 확보에는 용이하지만, 매설 깊이가 얕아 여과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매곡취수장 전경. 대구시 제공

매곡취수장 전경. 대구시 제공


복류수는 그간 국내에서 강 상류지역을 중심으로 2만~10만t의 비교적 소규모로 활용돼 왔다. 최근에도 남한강 유역에서 복류수 개발이 이뤄지는 등 140여곳이 개발될 정도로 자리 잡은 방식이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 수십만t 이상 대규모 취수 사례는 없다. 외국에는 30만t가량 개발된 사례가 확인됐지만, 국내에서는 대구 취수원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기후부는 취수 기법 발전 등에 힘입어 시설 설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기후부는 시설 설치 시 지형 구조가 중요한 만큼 현지 조사를 꼼꼼히 벌일 계획이다. 장·단점이 뚜렷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되, 개발 과정에서의 갈등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령 지하수위가 낮아져 농민 반발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강변여과수 대신 복류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게 기후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오는 5월 이전에 시험 취수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29년 말부터는 강변여과수 및 복류수 일부를 취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이후 4년간 차츰 취수량을 늘려 60만t까지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약 5000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는 전액 국비로 확보될 전망이다.

수장 공백 상태인 대구시는 당분간 기후부의 밑그림에 동조하며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충분한 수량·수질 확보 등 대구시 자체 전략을 마련해 정부 사업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정부 주도의 이전(안)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16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의 물관리위원회 안건 상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낙동강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16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의 물관리위원회 안건 상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대구에서는 수돗물과 관련한 아픔으로 30여년 전부터 취수원 이전이 추진돼 왔지만 지역 갈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1991년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한 업체에서 페놀 원액이 흘러나와 낙동강에 흘러드는 ‘낙동강 페놀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1994년과 2006년에도 대구의 주요 취수장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대구시는 2009년 2월 낙동강 중류에 위치한 문산·매곡취수장을 해평취수장(경북 구미)이 있는 낙동강 상류 지역으로 옮겨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구미국가산단 등에서 배출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매곡취수장 등의 원수를 오염시킨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수량과 수질 등의 측면에서 10년 넘게 갈등을 빚다가 환경부 등의 중재로 공동이용 등에 관한 협약을 맺고 실마리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구미시장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2022년 7월 취임 이후 해평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오는 기존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중단했다. 대구시는 안동댐을 활용하기 위해 현재의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후 천문학적인 소요 예산과 낮은 수질 등이 우려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계속됐고 결국 사업은 진척되지 못했다.

기후부는 지난달 17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강변여과수·복류수 활용안 구상을 밝혔다. 해당 안에 이재명 대통령도 공감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은 “(연구를 통해) 정수 공정 발전으로 좋은 수질의 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됐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면서 “올해까지 개발 계획을 확정하는 등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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