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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패소했지만…“법원 판결로 흡연 위험 왜곡 말아야”

이데일리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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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패소했지만…“법원 판결로 흡연 위험 왜곡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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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 금연학회장 “기여 위험도 폐암 82%·후두암 88%”
“의과학적 인과 관계 명백…법원 판단에 흔들려선 안돼”
“술 마시고 운전해 사고났는데 음주음전 아니라는 상황”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담배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법원 판단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의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부정해 자칫 흡연의 위험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김열 대한금연학회 회장(사진=국립암센터)

김열 대한금연학회 회장(사진=국립암센터)


김열 대한금연학회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법리적 판단과 의과학적 사실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흡연의 위험성을 약화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흡연과 폐암, 후두암의 인과관계는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입증된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건보공단이 국민 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흡연이 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위험도는 82%, 후두암은 88%로 나타났다”며 “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해당 암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산출한 ‘기여 위험도’”라고 말했다.

기여 위험도는 예방의학에서 질환 유발 요인을 확인하는 핵심적인 지표다. 김 회장은 “이 수치는 해당 질병이 얼마나 예방 가능한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보건의료 영역에서 80~90% 이상의 기여 위험도를 보이는 요인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HPV 바이러스로 인한 자궁경부암 발병이 대표적 예다.

그는 흡연의 위험성이 단순한 통계적 상관관계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고 흡연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금연 시 그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 역시 인구집단 연구에서 확인했다”며 “이런 조건들이 충족될 때 우리는 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흡연과 암의 관계를 부정하는 논리는 일상적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된 음식을 먹은 사람이 모두 콜레라에 걸리지는 않는다”면서도 “콜레라의 원인이 특정 균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술을 안 마셔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음주운전의 책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비유했다.


담배 연기는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물질을 다수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흡입한 뒤 폐암이 발생했는데도 담배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국민에게 이번 판결을 흡연의 위험성이 낮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법적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과학적으로 부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국민 건강을 위해 가장 확실한 선택은 금연이고 금연만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과 후두암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