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까지는 수학을 잘했는데 중학교 가서 무너졌어요.”
“중학교에서는 수학을 곧잘 하던 아이였는데,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를 보고 크게 좌절했어요.”
학교급이 바뀔 때마다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던 수학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넘어가며 급격히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은 어디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할까.
에듀플러스가 프리윌린, 연세대 데이터사이언스 학회(Data Science Lab·DSL)와 함께 분석한 결과, 수학 학습 불균형은 교육과정 전반이 아니라 특정 단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지점은 학교급 전환기와 겹쳤다. 학년별 지니계수 추이를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성취 분포가 비교적 고르게 확인되지만,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불균형이 확대됐다. 연세대 DSL은 “학교급 전환과 함께 수학의 성격이 달라진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 단원이 투입되면서 성취 격차가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수학 학습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지점도 데이터로 확인됐다. 특히 중학교 1학년 수학 '좌표평면과 그래프' 단원은 성취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이 단원의 지니계수는 0.43으로, 전체 수학 교육과정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단원이 중간 난이도로 분류되는 구간이라는 데 있다.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실제 많은 학생들이 개념 이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수학 전문가들은 좌표평면과 그래프 단원에서 많은 학생들이 좌절하는 이유로 이 단원이 수학에 대한 사고 방식이 처음으로 바뀌는 지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세대 DSL 관계자는 “산술·계산 중심에서 좌표, 그래프, 변화량 등을 해석하는 수학으로 전환하는 단원”이라며 “이 지점에서 학생들이 이해의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급격히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 여파로 이후 함수 개념 단원에 들어서면서 성취 수준의 차이가 한층 뚜렷해졌다. 함수를 구조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함수를 공식으로 받아들여 암기하게 된다. 함수를 암기한 학생들은 다음 단원에서도 연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그래프 해석, 응용 문제 등의 해결 자체가 쉽지 않아 격차는 더 커졌다.
그래프 해석·활용 단원에서도 비슷한 경향은 반복됐다. 그래프를 그리는 기술로 인식한 학생과 그래프를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도구로 이해한 학생 간 학습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이처럼 좌표·그래프·함수 단원에서 발생한 학습 이해의 실패는 다른 단원에도 연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분석 결과, 이 단계에서 무너진 학습은 중·고등학교 수학 전반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했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성취 격차로 고착되는 경향을 보였다.
분석팀은 “특정 단원에서 발생한 성취 불균형은 해당 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 단원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중학교 단계에서의 수학 학습 붕괴가 고등학교에서 갑작스러운 실패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결손에 의해 드러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 번 무너진 수학 학습이 회복되지 못하고 누적돼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수학은 개념을 이해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특정 단원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다음 단원도 연결되기 어렵다. 좌표평면과 그래프 단원의 실패가 단발성이 아니라 함수, 그래프 해석, 고등 수학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수학 학습에 관한 도전 의식이 떨어지고 결국 학습 태도와 자신감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실 안에서 수학에 뒤처진 학생을 지속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구조가 수학 격차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학 수업은 학년별 진도를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특정 단원에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 해당 내용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과 구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시험 또한 단원별 이해보다는 범위 전체의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학습에 구멍이 난 구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학습의 연결이 끊긴 학생들은 진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적된 결손을 지닌 채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분석은 학생들의 수학 격차가 일부 학생이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확산된 현상임을 드러낸다. 공통적으로 학생들은 학교급이 바뀌는 전환기 시점과 특정 단원에서 수학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흔들렸다. 이 부분이 제대로 메워지지 않은 학생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격차는 커지고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학 학습이 무너지는 시기는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되면서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데이터를 보면 격차는 어느 순간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 전환 구조에서 연결이 끊기고 그 상태로 학년이 올라가고 결국 다시 복구할 기회를 만나지 못하면서 누적되는 모습에 가깝다”면서 “앞으로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뒤처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전환기에서 왜 회복하지 못했는가”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나 함수 기초처럼 후속 학습을 좌우하는 핵심 단원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집중 개입 구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 대표는 “앞으로 수학 격차와 관련한 논의에서는 특정 지역을 비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환기와 핵심 단원을 중심으로 어떻게 더 많은 학생을 그 지점에서 붙잡아 줄 것인가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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