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유인책 짜고 병원·군부대 사칭
'마진 남는다'며 대리구매 유도하기도
동부지검 합수부, 조직원 23명 구속기소
[파이낸셜뉴스] 병원·군부대·대학 등을 사칭해 식당 예약을 잡은 뒤 고가 와인 등 물품 대리구매를 유도한 이른바 '노쇼사기' 범죄단체가 검찰에 적발됐다.
15일 김보성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 부장검사는 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소상공인 피해자 215명에게서 총 38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조직원 23명을 전원 구속기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총책이 국내 소상공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한국인 총괄 아래 팀장·팀원까지 한국인으로 구성된 '기업형' 조직 형태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모집책이 국내에서 조직원을 끌어모아 현지로 보내고 범행에 쓰일 계좌·통장을 마련하는 유통책까지 두는 등 역할 분담도 체계적이었다.
'마진 남는다'며 대리구매 유도하기도
동부지검 합수부, 조직원 23명 구속기소
(왼쪽부터) 박만수 경찰수사대장, 박희수 경찰5팀장, 김보성 동부지검 합수부 부장검사, 이동욱 주임수사검사. 사진=김예지 기자 |
[파이낸셜뉴스] 병원·군부대·대학 등을 사칭해 식당 예약을 잡은 뒤 고가 와인 등 물품 대리구매를 유도한 이른바 '노쇼사기' 범죄단체가 검찰에 적발됐다.
15일 김보성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 부장검사는 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소상공인 피해자 215명에게서 총 38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조직원 23명을 전원 구속기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총책이 국내 소상공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한국인 총괄 아래 팀장·팀원까지 한국인으로 구성된 '기업형' 조직 형태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모집책이 국내에서 조직원을 끌어모아 현지로 보내고 범행에 쓰일 계좌·통장을 마련하는 유통책까지 두는 등 역할 분담도 체계적이었다.
수법은 1·2차 유인책이 짝을 이루는 구조였다. 1차 유인책이 병원·군부대 직원 등을 사칭해 식당 예약으로 신뢰를 쌓은 뒤 "와인이나 군용 장비 등을 대리구매해달라"고 요청하면 2차 유인책이 실제 판매업체인 것처럼 접근해 피해금을 송금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범행은 정상적인 거래 절차를 가장해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전동드릴 구매를 확정하는 등 정상 거래처럼 절차를 밟아 신뢰를 확보한 뒤 철물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질식소화포' 같은 품목을 언급하며 "군 승인이 났는데 결제가 어렵다. 대신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후 특정 업체를 가장한 2차 유인책이 연락해 입금을 유도했고, 소상공인이 보낸 돈은 그대로 편취금이 됐다. 김 부장검사는 "예약 자체보다 2차 대리구매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소상공인들의 '마진 기대 심리'를 정교하게 파고들었다. 이동욱 합수부 주임수사검사는 "1차 유인책이 '급히 필요한데 납품업체가 단가를 올렸다'는 식으로 접근해 피해자들이 '대리구매를 해주면 차익이 남는 거래'라고 오인하도록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예컨대 군부대를 사칭한 경우 군용 장비 정상 구매가가 개당 50만원 수준인 것처럼 말한 뒤 "40만원 정도에 싸게 구해줄 수 있다"고 하면 피해자는 개당 10만원가량의 마진을 기대하게 되고, 수량이 많을수록 기대 이익이 커진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병원 사칭 와인 대리구매에서도 "예전엔 420만원에 마셨는데 350만원에 공급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해 여러 병 구매 시 수백만원대 차익을 기대하도록 유도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런 피해자들을 두고 '손 안 대고 코풀려는 사람들'이라며 조롱하는 대화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허위 명함·공문·구매요청서 등 정상 서류처럼 보이는 자료를 미리 제작해 두고 범행 멘트와 입금 요구 금액까지 사전에 대본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대학 사칭의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료진·교수 명단 등을 악용해 실존 인물 이름으로 명함을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심리 분석도 범행에 활용됐다. 합수부는 금액을 900만원 단위로 끊어 부담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입금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액은 '매출'로 간주됐고 매출이 클수록 인센티브가 커지는 구조였으며 범행 성공 시 단체 채팅방에 '입금 축하' 공지를 올리며 자축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거와 송환은 속도전이었다. 합수부는 국정원이 지난해 6월 범행 초기 단계 정보를 제공한 뒤 수사에 착수했고, 국내 귀국 조직원들을 먼저 검거한 데 이어 같은 해 10~11월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실시간 공조로 현지 범죄센터에서 조직원 17명을 검거했다. 마지막 현지 검거 이후 최종 송환 완료까지는 40일이 걸렸고, 국내 체류 조직원 6명까지 포함해 총 23명이 전원 구속기소됐다. 조직원 모집·가담 경위와 관련해 "조직원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 부장검사는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는 경우도 있어 감금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외국인 총책의 국적과 신원, 정확한 잔여 조직 규모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현재까지 구속된 인원을 포함해 전체 조직원을 대략 30여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