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용권’ 꺼낸 쿠팡…3370만 고객의 선택, 신뢰는 돌아올까
1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휴대전화 알림이 잇따라 울렸다. “쿠팡에서 구매이용권을 드립니다.” 출근 준비로 분주하던 직장인 박모(37) 씨는 반신반의하며 앱을 열었다. 장바구니에 담긴 생수 500ml 20병의 결제 금액은 ‘0원’. “진짜 되는 건가 싶었어요. 공짜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더라고요.”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3370만명을 대상으로 쿠팡이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에 나섰다. 1인당 최대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 지급이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쿠팡은 앱 접속 고객 전원에게 지급 대상 여부를 먼저 확인하도록 한 뒤, 저녁부터는 문자와 이메일로 별도 안내에 들어갈 예정이다.
◆“식빵 0원, 라면은 300원”…현장에서 체감한 보상 효과
쿠팡이 1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상 차원에서 전 고객에게 구매이용권 지급을 시작했다. 게티이미지 |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3370만명을 대상으로 쿠팡이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에 나섰다. 1인당 최대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 지급이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쿠팡은 앱 접속 고객 전원에게 지급 대상 여부를 먼저 확인하도록 한 뒤, 저녁부터는 문자와 이메일로 별도 안내에 들어갈 예정이다.
◆“식빵 0원, 라면은 300원”…현장에서 체감한 보상 효과
이날 오전 기자가 쿠팡 앱과 쿠팡이츠를 살펴보니 검색 화면에는 이용권이 자동 적용된 상품들이 전면에 배치돼 있었다. 휴지·물티슈·세제 같은 생필품은 물론 식빵, 생수, 라면 묶음까지 가격이 눈에 띄게 내려가 있었다. 실제로 짜파게티 5봉지는 300원, 일부 간편식은 ‘무료’ 표시가 붙었다.
쿠팡이츠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피자 한 판이 3000원대, 비빔냉면과 커피 두 잔이 4000원대에 결제 가능했다. 주문 과정에서 별도의 쿠폰 선택 없이 이용권이 자동 적용되는 방식이다. 한 음식점 사장은 “평소보다 소액 주문이 늘었다. 이용권 소진을 노린 주문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에 지급된 구매이용권은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 트래블(숙박·티켓) 2만원 △알럭스(뷰티·패션) 2만원 △쿠팡이츠 5000원 총 4가지다.
와우 회원은 최소 주문 금액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회원은 로켓배송·로켓직구 기준 금액을 충족해야 한다. 탈퇴 회원도 기존 휴대전화 번호로 재가입하면 최대 3일 내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사용 기한은 4월 15일까지,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쿠팡은 “고객이 매번 적용 여부를 고민하지 않도록 쇼핑 환경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결제 단계에서 이용권 해제도 가능해 선택권을 남겼다.
◆“마케팅 쿠폰 아니냐” 비판…실제는 다르게 움직였다
보상안 발표 직후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비싼 상품만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용 가능한 상품군이 빠르게 확장됐다. 쿠팡 트래블에는 2만원 미만 눈썰매장·동물원·전시회 티켓이 700여 종 등록됐고, 5000원 이하 로켓배송 상품은 14만 개에 달한다.
알럭스 역시 2~3만원대 프리미엄 뷰티 상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핸드크림·립밤·선크림 등 소진용 상품이 다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권을 ‘실제로 쓰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337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 지급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번 보상에 투입되는 금액은 약 1조6850억원.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의 4배를 웃돈다. 업계에서는 “단기 실적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장기 신뢰를 택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용권은 금액을 다 쓰지 않으면 차액이 환급되지 않는다. 2만원 이용권으로 1만원짜리 상품을 사면 남은 금액은 소멸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알뜰하게 쓰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시 믿을 수 있나”
이날 한 40대 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불안은 남아 있어요. 그래도 생활비가 줄어든 건 사실이죠.” 쿠팡의 대규모 보상은 숫자로 보면 파격이지만,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이용권이 사라진 뒤에도 고객들이 남을지, 아니면 이번을 계기로 돌아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3370만명의 클릭이 모인 이날, 유통업계의 시선은 한곳에 쏠려 있다. 이번 5만원이 ‘쿠폰’으로 끝날지, ‘신뢰 회복’의 시작이 될지. 답은 소비자들의 다음 선택에 달려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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