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
지난 13일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분노, 자화자찬, 궤변으로 가득했다.
준비해 온 1만7천자 분량의 최후진술 원고를 보고 읽던 윤 전 대통령은 점점 원고에 없던 내용을 덧붙이기 시작하더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방청석을 바라보며 열변을 토했다. 소설, 망상, 바보, 미친 사람 등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거친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
윤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자정을 넘겨 14일 0시11분부터 새벽 1시41분까지 90분 동안 진행됐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재판부 판사님. 1년 가까운 긴 시간 공정하고 현명한 소송 지휘로 충실한 심리를 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입을 연 윤 전 대통령은 맞은편 특검 쪽을 향해 앉아 원고를 읽다가, 이내 방청석 쪽을 쳐다보더니 아예 방청석이 있는 왼쪽으로 돌아 앉아 진술을 이어갔다.
“소설 그만 써” 윤석열, 책상 수차례 내려쳐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을 ‘이리 떼’로 표현하며 거친 언사를 이어갔다. “빈 총 들고 하는 내란을 보셨냐”, “이렇게 지휘 체계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여러 기관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수사하는 것은 처음 봤다”던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때와 똑같이 ‘계몽령’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주권자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 함께 나서주십사 호소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주권자인 국민을 깨우는 일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처음에는 앞을 보며 원고를 읽다가, 점점 방청석 쪽을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그러다 원고에서 눈을 떼고 “특검에서는 제가 무슨 계엄을, 아니 개헌을 해가지고 장기독재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친위 쿠데타를 했다고 하는데, 거기에 관한 정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십시오. 어?”라며 즉흥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보통은 과거에 이런 소위 쿠데타성 장기독재 내지는 권력 장악에서의 개헌이라는 것은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투표로써 밀어붙여서 했지만, 오늘날 우리 국민이 이런 국민투표에 녹록하게 응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한번 그 시나리오를 한번…. 그러니까 망상이고 소설이라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
윤 전 대통령은 또 “장기독재요?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도 숨이 가쁜데, 장기독재를 뭘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라며 “시켜줘도 못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방청석을 향해 양손을 써가며 열변을 토하던 윤 전 대통령은 흥분한 듯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
“아까 뭐 무슨 비상입법기구, 국방장관이 그 뭐 안을 만들었으니까 그게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아니냐? 여러분, 국보위도요. 국회 해산하고 만든 겁니다. 어? 국회 해산하고 (쿵 하고 책상을 내려침) 개헌 어떻게 할지가 (쿵) 서야 국보위를 (쿵) 어떻게 만들지 나오는 거고 (쿵) 예산 문제는 그거 일도 아닙니다. 어? 기재부 장관한테 줬다는 것은 기재부 일이라고 준 겁니다.”
네 차례 책상을 내리친 윤 전 대통령은 이어 “국회를 해산하려면 강력한 군권을 가지고 전국을 그야말로 장갑차와 땡크(탱크)로 평정을 해야 합니다. 뭐 그런 시도라도 했습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역시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다.
“내 계몽령, 효과 있구나” 현실과 먼 인식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전체 국민이 직접 선출한 최고의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재판해서 탄핵했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는 원고 내용에 “약 1800만표를 얻어서 된 대통령”이라는 부분을 즉석에서 추가했다. 지난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은 1639만표를 얻은 바 있다.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
객관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가까운 자화자찬도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국가 위기 상황에 계몽됐다며 응원해 주는 걸 보고 '아, 내가 울린 비상벨이 효과가 있구나' 생각했다”는 원고 부분을 읽으며 “결국 국민들이 깨우고 청년이 제대로 정신 차리고 알게 되면 나라는 구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즉석에서 덧붙였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통화 내용을 언급할 땐 “저는 나이가 먹어도 기억력이 아주 좋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기독재 하는 법 알려주지 그랬어?” 비꼬기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 내내 특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대의제 권력의 패악과 독재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며 깨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의 원고를 읽던 중 윤 전 대통령은 흥분한 상태로 방청석을 바라봤다.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
윤 전 대통령은 “개헌해가지고 장기독재를 한다고요? 어? 미리 알려주시지 그랬습니까? 어떻게 하는 건지 좀 배워보게?”라며 “저는 그런 생각해 본 적 없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런 거에 넘어갈 사람도 아니”라며 원고에 없는 내용을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을 ‘바보’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국헌문란과 폭동이 안 된다는 것만 헌재에서 잘 설명을 하면, 다 정리가 되겠거니 이렇게 순진하게 생각했다”며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를 합니까? 친위 쿠데타를 할 정도면 눈치가 빨라야죠”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직접 소환한 ‘전두환·하나회’
윤 전 대통령은 신군부를 직접 여러 번 소환하기도 했다. 자신은 전두환 신군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몰이 세력들은 제가 본회의장에서 의원을 끌어내라 했다거나 정치인을 체포하라 했다 선동했지만, 정말 하늘이 도와서 비화폰 통화내역이 드러나면서 법정에서 모든 게 허위 조작인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서울중앙지법 제공 |
이어 “월담 의원 잡아라 국회의원 체포하라? 그런 얘기 한다는 자체가 미친 사람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다”며 “경찰이나 군은, 뭐 내가 무슨 옛날 하나회도 아니고, 내가 뭘 믿고? 물론 내가 임명한 장관급, 차관급 공무원이라 하지만 내가 뭘 믿고 택도 아닌 것을 부탁을 하겠으며, 체포하면 그다음에 어떡할 겁니까”라고 강변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봄'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여러분들 뭐 신군부가 (계엄) 하는 그 영화 보셨죠? 영화가 사실하고 동기나 이런 데서 좀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기서 이런 식으로 합디까?”라며 재차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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