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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현지 의사의 증언 "중기관총 두슈카도 난사했어요"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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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현지 의사의 증언 "중기관총 두슈카도 난사했어요"

속보
'공천헌금' 김경 강서 실거주지 압수수색 영장 발부
현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이란와이어, 현지 의사 인터뷰 익명 보도
도시 곳곳에 핏자국, 고급주택 단지도 예외 아냐
"병원이 시체로 가득 차, 영화 같은 장면"
"피가 1리터나 쏟아져,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
사망자 2천명 발표 과소평가…병원 직원도 총격 사망
유럽 국가들, 자국민 철수 속속 발표
이란 와이커 캡처

이란 와이커 캡처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에 이란 당국이 유혈 진압으로 맞서면서 현지에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는 자국민들에게 이란 현지에서 즉각 철수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을 임시 폐쇄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각각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철수를 촉구했다.

스페인 외무부도 현지시간으로 14일 "이란에 있는 스페인인들은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떠나라"며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앞서 프랑스 대사관은 최소 필요 인력만 남기고 직원들을 철수시켰고, 독일 당국도 자국 항공사들의 이란 영공 진입을 제한했다.

한국 외교부도 13일 김진아 2차관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유사시 우리 교민들의 안전한 철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 달 시작된 시위가 18일째 이어지면서 도심 곳곳에서 사망자만 1만2천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이란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과연 이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영국 기반 매체 이란와이어(IRANWIRE)는 14일 익명으로 이란 내 의료진을 인터뷰해 현지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란 현지 상황에 대한 국제 사회의 보도가 인권단체나 특정 인사의 전언 형식으로 제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의료진을 인터뷰한 해당 보도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과 국제전화가 모두 차단된 상황에서 CBS 노컷뉴스는 해당 의료진의 인터뷰 기사를 번역해 전한다.

'지난 이틀간 이스파한과 테헤란에서 자행된 잔혹 행위에 대한 외과의사의 증언'(A Surgeon's Testimony of Two Nights of Brutality in Isfahan and Tehran)

"총소리, 연발 사격, 심지어 중기관총(두슈카) 소리까지 있었어요.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지, 현실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지요."(There were sounds of gunfire, rapid bursts, and even heavy machine guns (Dushkas). We had only seen this in movies, never in real life.")


이란 테헤란 시위에서 차량이 불타는 모습. 연합뉴스

이란 테헤란 시위에서 차량이 불타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일과 9일 밤 테헤란과 이스파한에 있는 여러 곳의 공립·사립 병원에 응급 의료 지원을 나섰던 한 외과의사의 증언이다.

그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조차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아무도 보도하지 않았어요. 학교들은 문을 닫았고, 빵집에는 빵이 없고, 정육점도 닫았고, 식료품점은 3곳 중 오직 1곳만 영업한다는 사실을 왜 보도하지 않을까요? 전날 밤에 신호등이 모두 철거돼 교통도 마비된 상태에요"라고 말했다.

또 "목요일(8일) 저녁 6시,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한 환자가 산탄에 맞았어요' '다른 환자는 총에 맞았어요'라는 전화였고, 저녁 8시쯤 인터넷이 끊겼고, 8시 20분에는 병원으로 호출됐어요. 모든 수술실이 꽉 차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응급실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어요. 한 환자를 돌보면서 말했어요. '위독한 상태예요. 수술까지 버티지 못할 거예요. 괜히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라고 말이에요. 등에 관통상을 입은 옆에 있던 환자에게가서는 '수술 준비를 할게요. 당신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했고, 세번째 환자에게는 '3~4시간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기다리세요'라고 얘기해줬어요. 정말 많은 환자들이 있었어요."
("It was packed. I had to make impossible choices. I looked at one person and said, 'He's taking his last breaths; he won't make it to surgery, don't spend time on him.' To the next, whose bullet had exited through his back: 'Prep him for surgery; we might save him.' To the third: 'He can last three or four hours; wait until then.' There were so many… so many.")

병원 수술실 5곳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었고 의사는 "저는 아침까지 병원에 있었어요. 몇 건의 수술을 했는지조차 기억 안나요. 한 환자를 수술하고 있으면 누군가 '빨리 와서 도와줘요'라고 소리쳤습니다."

폭력의 양상이 변한 것을 설명하면서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목요일 자정쯤 되자 상처가 달라졌습니다. 실탄이었어요. 마치 전쟁터와 같이 모두에게 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았어요. 금요일(9일) 새벽 2시에 수술을 할 때, 또다른 환자가 총상을 입고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때부터 (진압군이) 실탄만 발사했어요."

해당 의사는 9일 이스파한으로 이동했다.

"금요일 밤 이스파한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저는 총소리를 잘 알고 있어요. 그건 마치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경찰에게 '너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른다. 오늘 밤은 우리 차례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거리 곳곳에서 중기관총, 두슈카의 연발 사격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날 밤 동료 의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 2명이 한꺼번에 실려 왔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밤 10시에는 정형외과 의사가 자포자기 상태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환자 7명이 동시에 도착했는데, 6명은 이미 사망했어, 1명은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인터뷰에 응했던 의사는 토요일(10일) 아침 거리로 나서자마자 보도블럭에 말라붙어 있는 선명한 핏자국을 봤다.

"피가 1리터나 쏟아져 있었어요. 핏자국이 제 현관문 앞까지 이어져 있었지요. ''이 사람은 분명히 죽었을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There was a liter of blood spilled. A trail of blood led right to my front door. I thought to myself, 'This person is certainly dead.'")

그는 병원에 도착해 수많은 부상자 말고도 시신 8구가 한꺼번에 실려왔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마치 병원이 시체로 가득찬 영화같은 장면이었어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몰라요. 평소 24시간에 1명 정도 사망하는 병원에서 하룻밤 사이에 8명이 사망하는 것을 봤다면, 지금까지 발표된 사망자 2천명이라는 숫자는 훨씬 과소평가된 걸 거에요."

의사는 이스파한에 있는 다른 병원 동료로부터 최소 9명의 시위대가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의식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희생자들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했지만, 대부분은 18세에서 28세 사이였다.

이스파한의 안과 전문 센터인 페이즈 병원에서는 인터넷이 차단되기 전까지 최소 400명이 산탄총 파편에 맞아 눈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의료진이 받는 심리적 부담은 엄청나다. 28살의 병원 직원은 시설에 도착하기 직전에 총에 맞아 숨졌다.

의사는 "병원 전체의 사기가 완전히 흩어졌어요"라고 말했다.

공립 병원에 군 병력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병원 경비원조차 산탄총 파편에 맞았다.

경비원은 "그들은 통제력을 잃었고 나를 쐈어요. 그들이 쏘는 방식이 그래요. 그냥 어린 바시지 대원들(Basijis·민병대)에게 총을 주고 쏘라고 시키는 거에요."

'어떤 장면이 가장 뇌리에서 떠나지 않냐'는 질문에 의사는 대답했다.

"거리의 핏자국이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보도블럭에 그대로 남아 있는 핏자국. 그것도 고급 주택가에서 말입니다. 이스파한에서 그런 일이 천 건이라는 말은 이란 전체에서 10만 건이라는 얘기에요. 우리는 실제 사망자 수를 결코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When asked what image haunts him most, the doctor replies: "The blood on the streets. Blood that stays on the pavement from 8:00 PM until morning - and this was in an upscale neighborhood. Multiply that by a thousand across Isfahan, and a hundred thousand across Iran. I don't think we will ever know the true number of those kil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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