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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자본’은 안돼…보험사에 떨어진 ‘건전성 통보문’

헤럴드경제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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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자본’은 안돼…보험사에 떨어진 ‘건전성 통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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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바비스총리 내각 하원 신임투표 통과.. 공식 승인
내년 기본자본 킥스 50% 의무
  금융당국, 건전성 지표 관행 제동
  증자 힘든 중소형 보험사 직격탄
“생존 위협 수준…보완대책 필요”


금융당국이 후순위채 등 ‘빌려온 자본’으로 건전성 지표를 맞춰온 보험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자본금·이익잉여금 등 ‘진짜 체력’을 50% 이상 갖추라는 것이 당국 건전성 규제의 골자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규제는 단순한 숫자 맞추기를 넘어, 보험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당장 ‘어떻게 건전성을 개선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경쟁은 더 심화하면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이번 규제 핵심인 기본자본비율(기본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 50%에 대해 일부 보험사는 기준에 미달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형사 중 겨우 턱걸이한 보험사도 있었다. 9년의 경과조치가 주어졌지만, 체질 개선 과정에서 혹독한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본자본 50% 못 채우면 적기시정조치=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기본자본 킥스 제도의 핵심은 가용자본의 질이다. 보험사는 기본자본비율을 50% 이상 유지해야 하며, 기준 미달 시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된다. 비율이 0~50%면 ‘경영개선권고’, 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 대상이다.

기본자본은 보험사의 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핵심 자본으로 회사 위기 시 외부 도움 없이 즉각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자기 돈을 의미한다. 요구자본은 보험사가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법적으로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을 뜻한다.

규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2035년 말까지 9년간 경과조치를 적용한다. 다만 분기마다 최저 이행기준을 점검하고, 2년 연속 미달 시 경과조치를 종료해 바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한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콜옵션)하려면 상환 후 기본자본비율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건전성 규제를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2023년 3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자본성 증권 발행 규모가 올해 9조원에 달하면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 이들 증권은 손실 발생 시 즉시 보전하는 데 제약이 있고,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 결국 금리·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외부 차입이 아닌 자체 체력을 키우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보면 기본자본비율이 50%에 미달하는 보험사는 세 곳이고 마이너스인 보험사는 2개사에 달했다. 일부 대형사도 50%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 건 알았지만”…해결책이 마땅치 않다=업계는 규제 도입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기본자본 확충의 핵심 수단인 이익잉여금 적립, 유상증자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이익을 잘 쌓아서 기본자본을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저성장 고착화와 경쟁이 심화하는 현실에선 누구 하나 뾰족하게 잘하기가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구조적 딜레마도 깊다. 가용자본을 늘리기 어렵다면 결국 요구자본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요구자본을 줄이려면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해야 하므로 수익성이 떨어져 이익잉여금을 쌓을 수 없다. 이익을 만들지 못하면 기본자본을 쌓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위험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자니 요구자본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자본확충을 위해 증권을 발행하면 이자 비용이 늘어 건전성을 다시 해칠 수 있다.


중소형사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대형 보험사들과 비교해 기본자본 비율이 낮은 이들은 이번 규제가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의 일부를 기본자본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국은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 우려로 수용하지 않았다.

▶‘옥석 가리기’와 ‘체질 개선’의 갈림길로=이번 조치로 자본증권 발행 시장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콜옵션 행사가 어려워지거나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 자금 조달 여건이 취약한 보험사부터 유동성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액주주가 많아 의사결정이 힘든 회사의 경우 시장 경색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

아울러 보험업계에는 혹독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자본 동원 능력이 있는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보험사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회사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증자가 쉽지 않은 회사들은 상당히 힘든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는 보험사가 숨 쉴 구멍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보험사 회사 상황·특성에 맞는 위험 측정 ‘내부 모형’을 승인해 주거나,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해 수익성을 높여달라는 제언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스 비율을 강화하면 체력이 되는 회사들이 수익 낼 수 있는 환경도 열어 줄 필요가 있다”면서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춰 자산운용 여건도 개선되면 업계 자본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