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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카오스’ 틈타 외교 주도권 쥐는 시진핑

헤럴드경제 정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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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카오스’ 틈타 외교 주도권 쥐는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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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유트레히트 시에서 폭발· 화재.. 4명 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질서 예측불가 상태로 몰아가자
시진핑 주석, 국제 외교 중앙에서 ‘존재감’ 뽐내
美·中 무역전쟁 조율하는 와중 소외 우려한 국가들, 中과 관계복원 잇달아
희토류 등 산업 영향력도 中 무게 키우는데 한 몫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질서에 예측 불가능의 혼돈을 불러온 가운데, 미국 정상이 차지했던 국제 외교의 중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을 들이고 있다.

중국과 소원했던 여러 나라들도 미국발(發) 무역전쟁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모색하고 있다. 몇 년 새 급성장한 중국의 산업 영향력도 중국이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서는데 일조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휴전에 합의한 이후 각국 정상들의 중국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간 전략적 조율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시 주석과의 직접 소통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흐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전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떤 이 대통령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양국 관계 개선을 공식화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14일 중국에 도착했다. 이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로 인해 틀어졌던 캐나다와 중국 간 관계가 약 10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며칠 뒤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영국 기업 지원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역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다음 달 중국 방문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김해공항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김해공항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



이 같은 정상 외교 행렬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관세 휴전에 합의해 미·중 간 무역 긴장이 완화된 지 수개월 만에 이뤄졌다. 통상 정상급 인사의 방문은 수개월 전부터 조율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각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중국 방문 의사를 타진하고 일정을 조율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최소 4차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미중이 무역협정으로 재편하는 세계질서의 구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각국 정상들이 시 주석과 미리 끈을 이어두려는 포석에서 중국을 찾는다는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머스 중국 정치 전문가는 “트럼프는 서방 세계 전반에 외교적 ‘포모(FOMO·소외 공포)’를 촉발하고 있다”며 “미·중 간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시진핑과의 교류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과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접근권 확보 역시 정상들이 중국을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무역 합의를 체결하며, 중국이 일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대해 아시아 담당 전직 미 고위 외교관인 커트 통은 “더 이상 관계 개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다”며 “미·중 관계는 이전보다 덜 대립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우려하면서도 이를 관리하고 재구성하려 한다”며 “중국은 중요한 경제국이며, 모두가 중국과 거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첫 임기 동안 중국과의 안보 이슈는 최대한 자제하고 무역 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2023년 11월 방중 이후 중국이 호주산 제품에 부과했던 보복 조치는 철회됐다.

벨기에 항구에 주차된 중국산 전기차들 [로이터]

벨기에 항구에 주차된 중국산 전기차들 [로이터]



유럽연합(EU)이 이번 주 2024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해 온 관세를 최소 가격제 도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이 유제품·돼지고기·브랜디 등 유럽 산업을 겨냥해 취해 온 보복 조치를 둘러싼 분쟁을 종식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카니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100% 관세를 완화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중국은 캐나다산 유채(카놀라) 제품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제안할 계획이다.


72세인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줄이면서, 외국 정상들이 중국을 찾는 이른바 ‘홈코트 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했다.

아일랜드 더블린대의 알렉산더 두칼스키 교수는 “국제 무대에서 공격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하는 미국을 보며, 많은 정상들이 최소한 중국과는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역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인 상황에서, 각국 정상들의 ‘러브콜’은 시 주석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