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
전북 전주에 오랜만에 ‘기회’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피지컬 AI라는 다소 낯설지만 거대한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이 사업은 단순한 기술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주라는 도시의 경제 구조와 미래 산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국가사업이다.
총 1조원 규모의 예산이 수년간 단계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미 지역 사회에서는 “전주가 다시 산업 중심에 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원래 이 사업은 제조와 물류, 의료와 국방 등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모든 산업이 AI의 판단에 따라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국가 전략에서 출발했다.
전주는 그 전략의 초기 거점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전주시는 기초 연구와 실증 준비를 시작했고, 지역 대학과 기술기업들은 참여 의사를 내비치며 서서히 긴 호흡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전주는 지금, 말 그대로 ‘AI도시’로 변화하는 입구에 서 있는 셈이다.
전주가 이렇게 기술 산업의 중심부로 언급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이 도시는 예로부터 농산업의 중심지였다.
마한 시대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주는 호남평야를 기반으로 농업 산업의 핵심 도시였다. 조선 시대에는 전국 4대 도시로 꼽히며 그 위상이 확고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가 기반산업의 배치에서 벗어나고, 지역경제를 이끌 대규모 산업도 찾지 못한 채 전주는 조용히 변두리로 밀렸다.
그래서 지금의 기회는 더욱 특별하다. 농업산업의 황금기를 지나, 제조업 중심의 시대를 힘겹게 버텨온 전주가 AI 산업의 전환기를 맞아 다시 중심 무대에 설 가능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산업의 구조, 일자리의 형태, 기업의 성장 방식, 도시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재편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 흐름이 지금 전주로 향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2026년 지방선거의 의미는 달라진다. 우리는 단순히 전주시청을 이끌 행정 책임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전주의 향후 100년을 설계할 산업 시장(産業 市長)을 선택하는 일에 가깝다.
앞으로 전주시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다.
첫째, 피지컬 AI 예산 1조 원을 흔들림 없이 확보하고 전주에 안착시킬 힘이 있어야 한다. 국가사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국회, 관련 부처 간의 조율과 설득이 필요하고, 때로는 도시의 미래 전략을 먼저 제시해야 예산도 따라온다.
둘째, AI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할 실무적 전문성이 요구된다. AI 인프라는 건물이나 장비가 아니다. 데이터 처리 능력, 컴퓨팅 파워, 전문 인력, 기업 생태계, 실증 환경 등 복합 구조의 정교한 ‘생태계’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장만이 ‘피지컬 AI 전주’를 성공시킬 수 있다.
셋째, 지역 기업을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게 할 산업 리더십이 필요하다. 결국 도시의 미래는 기업의 성장 속도에서 결정된다. 행정적인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을 이해하고, 기업의 도전과 성장을 이끌어줄 리더가 필요하다.
지금 전주는 다시 길목에 서 있다. 조선시대 농산업을 기반으로 번성했던 전주가 이제는 AI 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 기회를 맞이했다. 이 기회가 실현될지, 혹은 또다시 흘러갈지는 결국 우리가 어떤 리더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주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살고 싶은지, 그 미래에 어떤 산업을 중심에 두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이다. 전주가 다시 중심 도시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한 세기 전 겪었던 소외를 반복할 것인지는 바로 이번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