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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데이터로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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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데이터로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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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서천군에 제조장을 둔 술로커가 정빌발료 기술로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사진/술로커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서천군에 제조장을 둔 술로커가 정빌발료 기술로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사진/술로커 제공)


(서천=국제뉴스) 김정기 기자 = "왜 소주회사가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에 나왔을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장에서 가장 많이 오간 질문이다. 그 물음의 중심에는 서천군 한산면의 전통주 제조사이자, 정밀발효 기술기업으로 변신한 술로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끈 김정혁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번 CES에서 '술'을 팔지 않았다. 대신 발효를 하나의 기술 산업으로 재정의한 '정밀발효 플랫폼'을 내놓았다. 전통주 양조 전 공정을 데이터로 해석하고, AI와 로봇을 결합해 발효 환경을 정밀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온도·습도·미생물 활성·당화 속도 등 수천 개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보정해, 국가와 기후, 원료가 달라도 동일한 맛과 품질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정혁 대표는 "발효는 감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장인의 경험을 존중하되, 그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확장성은 없다"며 "우리는 전통을 버린 것이 아니라, 전통을 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철학이 바로 CES라는 IT·전자 중심 무대에 소주 회사가 선 이유다.

관람객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현지 VC와 글로벌 바이어들은 "발효를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산업으로 끌어올린 사례", "전통 식문화와 첨단 기술의 가장 설득력 있는 결합"이라며 기술적 완성도에 주목했다. 특히 K-푸드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흐름 속에서, 김 대표가 제시한 'K-소주 모델'은 확장 가능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평가받았다.

성과도 분명했다. 술로커는 CES 기간 중 글로벌 벤처캐피탈 유사코그룹(Usako Group)과 100만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포함해 총 3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투자와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CES 참가 기업 가운데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김정혁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전통주 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는 일찍이 "술은 농업이자 제조업이며 동시에 기술 산업"이라는 문제의식을 품어왔다. 그 해답으로 선택한 것이 AI와 로봇, 그리고 정밀발효다. 김 대표는 "와인과 위스키가 세계화된 이유는 문화 이전에 표준화된 품질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K-소주 역시 감성만으로는 세계 시장에 설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번 CES는 김 대표의 그 신념이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검증받은 자리였다. 술로커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정밀발효 솔루션 수출과 현지 생산 모델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술로커가 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발효 기술의 기준을 만드는 회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ES 한복판에서 던져진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뀌고 있다. "왜 소주회사가 CES에 왔느냐"가 아니라, "왜 이런 기술이 이제야 나왔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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