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당 14만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대 돈 거래
현직교사, 학원에 제공한 문항 중간고사 출제도
현직교사, 학원에 제공한 문항 중간고사 출제도
‘일타강사’ 현우진(왼쪽), 유명 영어 강사 조정식. 연합뉴스 제공 |
‘일타강사’로 이름을 알린 현우진(38)·조정식씨(43)와 현직 교사, 강남 대형 입시학원 간에 수능 문항의 검은 뒷거래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대가로 1억원대 돈이 오간 것으로 드러난 이 거래는 스타강사와 대형 학원, 교사 등 이른바 ‘교육 3주체’가 모두 연루된 ‘교육 게이트’를 방불케 했다. 이 때문에 교육 공정성을 위해 철저히 비밀이 지켜져야 할 수능 문항 정보는 일부 집단에게만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를 통해 받은 현씨와 조씨, 현직교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일타강사와 교사, 강남 대형 입시학원 간의 수능 문항 거래에는 적게는 1회당 14만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의 돈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문항이 거래 대상이 되고 여기에 억대의 돈까지 오간 정황은 사교육 카르텔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 현씨가 현직 교사 3명에게 수학시험 문항을 받는 대가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달한 금액 총액은 3억4687만7030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현씨는 경쟁 사교육업체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문제 출제 역량을 갖춘 현직 교원들로부터 수학 문항을 공급받기로 했다”며 “문항 제작이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고 금품을 제공했다”고 적시했다.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여겨진 EBS 교재파일도 공정하게 제공되는 게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메가스터디 영어 강사 조씨는 자신의 연구원에게 전화해 ‘EBS 수능특강 교재 파일이 시중에 안 풀렸는데, 현직 교사로부터 미리 받아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하고, 이 연구원이 문항거래를 하던 현직 교사에게 ‘EBS 수능특강 교재파일 좀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식의 뒷거래가 이뤄졌다. 교재는 정식 출판 전에 유출되기도 했다. 조씨는 2021년 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현직교사 2명에게 총 67회에 걸쳐 8351만5780원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교사들은 EBS 수능특강 영어 교재 집필진에 참여해 교재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유지 서약서를 썼는데, 이를 위반하고 조씨 측에 문항 등을 유출했다.
현직교사들까지 연루되면서 입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교사들과 대형 입시학원간 유착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 소속의 한 현직교사는 2022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1년이 채 되지도 않은 기간 1억878만7500원의 돈을 받고 ‘생활과 윤리’ 모의고사 문항을 입시학원 시대인재 측에 제공했다. 이 교사는 잠실고에서 중간고사 출제를 담당했는데 시험문항을 만들면서 자신이 시대인재 측에 판매한 문항을 그대로 내거나 일부만 변형해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확인한 것만 13개 문항에 달한다.
이 밖에 또 다른 현직교사 2명과 전직교사 1명도 국어와 지리 문항을 제공한 대가로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 사이 시대인재 측으로부터 1억4000만~50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현직교사 1명은 수학 문항을 제공한 대가로 대성학원 측과 학원강사로부터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억74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았다고 한다. 대성학원 측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이 교사를 포함해 총 23명의 현직교사에게 각종 과목의 문항을 받고 총 11억2326만72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도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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