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美 테슬라 보호, 결국 독됐다···中 전기차에 추월당해"[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서울경제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원문보기

"美 테슬라 보호, 결국 독됐다···中 전기차에 추월당해"[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속보
카카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재공모 불참
◆2025 노벨경제학상 피터 하윗 美브라운대 교수 인터뷰
"연준 압박, 달러 위상에 악재"
"韓, 생존하려면 창조적 파괴를···금융이 열쇠"
"韓 대미투자, 이행은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미국의 국내 전기차 보호 정책이 결국 테슬라의 혁신을 촉진하지 않아 독(毒)이 돼 중국 전기차에 추월당했다는 진단이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부터 나왔다. 결국 경쟁을 촉진해야 현재의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의 경우 대미투자금 집행에 있어 최대한 이행을 늦추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피터 하윗(사진) 미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드론 등 첨단산업 발전상에 대해서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십 년간 중국의 부상을 지켜보며 놀라워했지만 민주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경제적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서구에 뒤처졌지만 성공한 스타트업에는 확실한 지원과 경제적 보상을 통해 경쟁적 역동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는 “중국보다 훨씬 민주화된 국가들에도 교훈을 준다”며 “가령 미국의 경우 대기업들이 수많은 산업을 장악하며 어떤 식으로든 중소기업의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기차 분야에서도 미국이 테슬라를 중국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해 결국 테슬라는 혁신성이 떨어졌고 중국 전기차에 추월당했다”고 지적했다. 하윗 교수는 “테슬라가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지 않았다면 혁신을 이어갈 수 있었고 중국보다 앞서 나갔을 것이다. 그들은 그럴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하윗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많은 기술 분야에서 리더가 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반이민 정책, 과학 연구 예산 삭감 등으로 혁신을 저해하는 미국의 경제정책이) 미 경제사에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의 미래가 미국보다 밝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하윗 교수는 “통화정책이 정치적 요소에 의해 주도될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며 “이는 미국 달러의 위상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미 장기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역(逆)그린스펀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는 2004~2006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1%에서 5.25%까지 급격하게 올렸지만 장기금리가 오히려 하락하자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당혹감을 나타낸 일화를 바탕으로 생겨난 말이다. 지금에 대입하면 연준이 금리를 낮춰도 장기금리는 되레 오르며 연준이 시장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에 대해 하윗 교수는 “한국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수출을 강화, 극빈국에서 부유한 나라로 변모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안타깝게도 글로벌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지금은 이 같은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시스템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형에 최적화돼 있지만 이제는 선도형 경제로 바꿔 기술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하윗 교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고 한계를 넘어 계속 성장하려면 금융기관들이 필요하다”며 금융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미국 경제에 놀라운 유연성의 원천이 돼왔다”며 “수많은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해 빠른 시간에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돼 유망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견고하게 구축돼 혁신 생태계의 밑거름이 됐다면서 한국도 선진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비활성화된 한국의 벤처캐피털 환경,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적인 상품에 치중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들에 경종을 울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윗 교수는 신생 혁신 기업이 탄생하려면 바뀌어야 할 요소들이 많다며 경쟁법(공정거래법)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이 엄격한 경쟁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경쟁을 촉진해 신생 기업이 생겨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적 파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신생 기업이 기존 강자를 대체하고 강력한 리더가 되지만 결국 그렇게 성장한 기업 자신도 다음 세대 신생 기업에 밀려나기를 원치 않아 신생 기업을 억제하는 모순을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기업들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하류 기업의 혁신을 억제하고는 한다”며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쟁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한미는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다.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미국이 투자처를 정하면 한국은 45일 이내에 투자금을 송금해야 하며 올해부터 실제 프로젝트에 대한 주문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묻는 말에 하윗 교수는 “솔직히 말해서 길을 걷다가 누군가 총을 들고 와서 ‘네 돈을 내놔’라고 하는 격”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조건에 합의한 사례가 있지만 계속 약속만 하고 실제로 집행은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약속은 많이 하되 이행은 가능한 조금만 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