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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에도 반성은 없었다…단란했던 가족은 무너져 내렸다 [세상&]

헤럴드경제 안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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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에도 반성은 없었다…단란했던 가족은 무너져 내렸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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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어머니 중상, 아버지 극단 선택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1심 금고 1년 6개월… 2심도 같은 판단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4년 2월, 강원도의 한 편도 1차선 산길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가해 차량이 과속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피해 차량을 들이받았다. 제한속도가 60㎞에 불과했지만 가해 차량은 100㎞에 가까운 속도로 커브길을 돌다 정속 주행하던 피해 차량과 충돌했다.

그렇게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일가족이 붕괴했다. 어머니의 척추가 손상되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아버지는 사고 후 1개월 만에 충격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고등학생 아들만 홀로 남았다.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은 어땠을까.

가해자 “중앙선 침범한 적 없다” 혐의 부인
가해자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죄는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타인을 다치게 했을 때 성립한다.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은 “중앙선을 침범한 적이 없다”며 “규정속도를 준수했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에 사과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교통사고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


1·2심 유죄…금고 1년 6개월 실형 확정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지난해 8월,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금고란 징역과 같이 교도소에 가두되 강제 노역은 시키지 않는 형벌이다.


1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며 “교통사고보고서, 현장사진, 교통사고 기록장치(EDR) 분석서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준수하지 않던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커브길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했다면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양형(적정한 처벌의 정도) 배경에 대해 “피해자 중 한 명(어머니)이 척추의 완전손상으로 하반신 마비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 심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A씨가 교통사고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에서 피해자 측에 보험금을 지급하긴 했으나 피해자의 고통이 온전히 회복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것 역시 A씨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에게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해도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이상 실형 선고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1형사부(부장 김순열)도 지난해 11월 1심과 같이 금고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사가 아닌 피고인(A씨)만 항소해 2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 없었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1심 선고 이후 마음을 돌려 혐의를 인정한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피해자 측에 총 6억 6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도 A씨 측에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편도 1차선 산길을 운전하며 제한속도를 30㎞나 초과한 결과 교통사고를 발생시켜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 중 한 명의 하반신이 마비됐고, 그 배우자가 사고 발생 후 1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고등학생 아들이 사고발생 이후 홀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들이 향후 지속적인 고통을 겪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사정만으로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2심 판결에 대해 A씨 측에서 상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