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티시스 통해 조카·처제 회사에 일감 몰아준 혐의
지난해 말 태광측에 심사보고서 발송
이재명 정부의 대기업 제재 가늠자 될 듯
지난해 말 태광측에 심사보고서 발송
이재명 정부의 대기업 제재 가늠자 될 듯
태광그룹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의 모습.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의 조카·처제가 소유한 회사에 1600억원 상당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혐의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태광 계열사에 2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14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인 태광이 계열사를 동원해 이 전 회장의 조카·처제가 소유한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공정거래법 45조 위반)에 대해 최대 260억원 과징금 부과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말 태광 측에 발송했다. 보고서에는 이 전 회장 및 계열사 티시스에 대한 고발의견도 담겼다. 공정위는 지원을 받은 처제·조카 회사에도 각각 10억원대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최종 제재 수위는 조만간 열릴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티시스는 2015년 태광그룹의 부동산 관리용역을 위임받아 시설관리 용역업무를 ‘안주’와 ‘프로케어’에 제공해왔다. 안주는 이 전 회장의 처제인 신리나가 60%를 소유하고 있고, 프로케어는 조카인 허지안과 허민경이 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용역 계약 당시 회사 설립 1~2개월째로 실적이 전혀 없었다. 티시스는 입찰 과정에서 회사소개서, 실적증명서 등 자료도 따로 제출받지 않았다. 티시스는 안주와 프로케어를 돕기 위해 시설관리업무 외주를 담당하는 팀을 따로 신설해 지원하기도 했다.
안주는 2015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매출액 847억6000만원 중 92.2%, 프로케어는 2015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매출액 784억3000만 중 89.6%가 태광그룹 관련 매출액으로 조사됐다. 부당지원 기간 두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각각 9.55%, 14.06%로 동일업종 평균치인 0.01~2.17% 보다 월등히 높았다.
안주와 프로케어는 티시스의 지원행위를 통해 얻은 영업이익 중 40억5000만원과 78억7000만원을 대표인 이 전 회장의 처제와 조카 등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프로케어는 2022년 티시스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매출액이 급감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티시스가 해당 지원행위로 오히려 손실은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해 총수 일가에 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회장이 김기유 티시스 대표에게 문자로 “용역은 처제 주세요”라고 지시한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2024년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이 전 회장이 부당지원 의혹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 공정위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 건설에 태광계열사를 동원한 것과 관련해 태광 및 계열사에 총 46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9년에도 태광그룹이 티시스 등 계열사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다른 계열사에 강매한 행위(부당지원)에 대해 과징금 약 22억원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검찰은 이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자녀에게 사업 기회를 부당하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공정위에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 이재명 정부 대기업 부당지원 제재 수위에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는 더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광 측은 “부당 지원 의혹받는 거래는 정상적인 거래”라며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혐의 내용은 최종 사실로 인정된 것 아니고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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