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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의대 가지 마라"

머니투데이 임동욱바이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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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의대 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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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의대 종말론'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3년 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외과 의사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의대에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기까지는 말도 안 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의학 지식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인간이 모든 것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외과의사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뛰어난 외과 수술을 수행하는 옵티머스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로봇 의사가 빠르게 첨단화되는 의학 지식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무한복제를 이뤄낼 것이고, 결국 인간 의사가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 머스크의 발언은 '극단론'에 가깝다. 비약과 과장이 섞여 있다. 외과 수술을 정확한 동작을 반복하는 기술로 단순하게 정의한 것도 의문이다. 사람의 몸은 장기 위치와 체질·특성이 모두 다르다. 과연 환자가 로봇 의사를 온전히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과제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피지컬 AI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아직 '모라벡의 역설'은 유효하다. 이는 캐나다의 인공지능(AI)·로봇공학 연구자인 한스 모라벡이 1980년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에게는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적 행동들이 로봇에게는 매우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난해한 추론 작업은 기계가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와 로봇이 단순해 보이는 작업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행동 안에 인간만의 정교한 조율과 적응, 축적된 경험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이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차이는 뚜렷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로봇 의사가 인간 의사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전망은 세계 최고 부자의 '과대망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2016년 3월 바둑 AI프로그램 알파고가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 때, 우리는 지금 같은 AI시대가 올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모라벡의 역설'은 깨질 수 있다. 머스크는 그 시간을 "3년"이라고 했다.

# 머스크는 AI시대의 교육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의대 가는게 의미 없다는 말은 교육 전체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과 함께.

실제로 AI는 교육 전반을 뒤흔들 태세다. 전문가 교육 영역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선 몰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부교수는 저서 '듀얼 브레인'에서 "AI가 교육 시스템에 몰고 온 가장 큰 위험은 정규 교육 이후에 진행되는 견습 시스템을 약화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전문성을 쌓고, 노련한 선배 밑에서 배우고 노력하며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한다. 의사 양성 과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관습이 AI와 함께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배'의 자리를 AI가 대체하면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파이프라인이 단절될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눈길을 우리 현실로 돌려보자. 의료계의 관심은 온통 '의사 수'에 쏠려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2040년 의사 수가 최대 1.8만명 과잉된다고 발표하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1.1만명 부족'이란 결론이 "현재로서 최선"라며 맞섰다.

앞으로 이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 인간 의사가 로봇 의사와 공존(경쟁)해야 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기술 혁신 사례들이 보여줬듯이 그 시간은 (우리가 느끼기에)순식간에 다가올 것이다. 우리 의료계는 미래를 바라보고 교육 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AI의 능력이 높아질수록, 이를 감독하고 결과물의 유효성을 판단할 유능한 인간 전문가가 필요하다.



임동욱 바이오부장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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