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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산호 죽고, 필리핀 산호 발견…한국 바다 생태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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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산호 죽고, 필리핀 산호 발견…한국 바다 생태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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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앞쪽)이 제주 서귀포 해역에서 괭생이모자반 개체군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최선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앞쪽)이 제주 서귀포 해역에서 괭생이모자반 개체군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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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이 온통 하얀 바둑알로 뒤덮여 있더라고요. 제가 2014년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현장 연구를 해왔는데, 그런 풍경은 처음이었습니다.”



최선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열대·아열대연구센터(제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때가 “최근 10년간 가장 큰 변화를 목격한 순간”이라고 14일 한겨레에 말했다. 그가 바둑알로 착각했던 것은, 실은 암반에 붙은 돌산호가 하얗게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산호에 공생하던 미세조류가 죽거나 떠나면서 산호는 하얗게 ‘백화’되고 만다.



그가 산호의 죽음을 목격한 2024년 여름, 한반도 바다는 고수온으로 몸살을 앓았다. 표층수온 28도를 기준으로 내려지는 ‘고수온’ 특보가 두달 이상 이어졌다. 전년(18.7도)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17.7도)는 최근 10년 중 두번째로 높았다. 제주 서귀포 문섬·범섬에서 해양생태 조사를 벌이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표현처럼 “바다가 펄펄 끓었다.” 해수 온도 상승은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최근 연구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중국해, 동해, 제주 해역을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바다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는 바다 생태계에도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통상 ‘아열대 바다’라고 하면 연평균 수온이 20도 이상인 해역을 말하지만, 우리 바다의 ‘아열대화’는 이미 생물종의 변화로 관측되고 있다. 제주 바다에서는 2024년 평균 수온 21도 이상에서만 서식하는 흑진주조개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것이 관찰됐고, 2023년 독도 남서해역에서는 필리핀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정향돌산호과 신종(둥근측컵돌산호)이 발견됐다.



민원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환경연구센터(동해연구소) 센터장은 “제주에서 주로 잡히던 뿔소라가 이제 동해·삼척까지 북상해 어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을 정도”라며 “우리나라 해역의 아열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최근 10년간(2013~2023년) 제주·동해·남해에서 아열대 어종의 종수, 개체 수, 생체량이 모두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2024년). 이 때문에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조사·연구하는 기관들도 속속 생겨난다. 숲의 변화를 연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2021년 설립), 바다 생태를 조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열대·아열대연구센터(2023년 재편),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2023년 재편)가 그런 경우다. 기존 연구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국립생태원에서도 기후변화 연구 부서가 강화됐다.



아열대 종이 늘어나는 건, 기존의 종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자라던 모자반이 대표적이다. 최선경 선임연구원 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과 박상률 제주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8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SSP5-8.5)에서 모자반의 서식지가 점차 북상해 2090~2100년대에는 북한 해역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거란 연구 결과를 내놨다.



모자반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최 선임연구원은 “‘해양생물의 아파트’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모자반 등 해조류는 우리나라 연안 바다숲의 기반종으로, 다양한 어류가 새끼를 낳고 살아가는 서식지이자 고둥·성게·전복 등 무척추동물의 주된 먹이원이다. 모자반 숲이 사라진 자리에 틈입하는 건 주로 열대성 산호다. 최 선임연구원은 “열대 산호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기존에 살던 곳(모자반)의 형태가 달라지면 기존 생물종이나 먹이사슬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생태계 붕괴가 일어난 뒤 점차 다른 생물들로 채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 환경에 적응한 생물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종은 그대로 절멸한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그럼 앞으로 우리 바다는 지금의 아열대 바다처럼 새로운 생태계가 되는 건가’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그조차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생태계기후통합정보팀의 홍승범 팀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예측할 100여년 전 자료도 부족한데다, 우리나라는 대륙이 아닌 반도라서 ‘저위도 생태계가 북상한다’고 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강한 생태계란 그저 한 종이 늘어나고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종간 상호작용, 먹이사슬 등 여러 요소를 포함”하기에, 아열대화가 진행된다고 할 때 우리 생태계가 과연 건강하게 조성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생태계 안에서, 그 일원인 우리는 과연 여태까지 살던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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