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초기에 선풍적 인기
흑인을 ‘증오 집단’ 지칭 물의도
흑인을 ‘증오 집단’ 지칭 물의도
만화 ‘딜버트’ 작가 스콧 애덤스가 2006년 10월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더블린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딜버트 캐릭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국에서 1990년대 사무직 노동자들의 직장 생활을 풍자한 연재만화 ‘딜버트’로 인기를 끈 작가 스콧 애덤스가 별세했다. 향년 68세.
애덤스의 전 부인 셸리 마일스는 13일(현지시간) 애덤스 계정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다”며 부고를 알렸다.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애덤스는 지난해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뒤 암이 뼈로 전이됐다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북부 자택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왔다. 마일스에 따르면 애덤스는 새해 첫날 미리 작성한 유언에서 팬들에게 “나는 놀라운 삶을 살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내 작품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 그것을 후대에 나눠주길 부탁한다. 유용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애덤스는 1989년 전화·통신회사 퍼시픽벨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그곳의 무미건조한 환경과 괴짜 직원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화 ‘딜버트’를 창작했다.
‘딜버트’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한 세라 길레스피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사무실 생활에 대한 시각이 새롭고 정확하며 통찰력이 있었다”며 “나는 유머를 우선으로 보고 예술성은 부차적으로 평가했는데 ‘딜버트’의 경우 예술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입이 없고 동그란 안경을 쓴 주인공이 흰색 반소매 셔츠에 늘 말려 있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는 ‘딜버트’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70여개국에서 25개 언어로 번역돼 약 2000개 신문에 실렸다.
애덤스는 1997년 만화가들에게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만화가협회 루벤상을 받았으며, ‘딜버트’는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목록에 오른 최초의 가상 캐릭터가 됐다.
‘딜버트’ 연재물은 인터넷 시대 초기 온라인으로 전파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책과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애덤스는 점차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내더니 2023년에는 흑인들을 “증오 집단” 구성원이라고 거듭 지칭하면서 백인들이 “(흑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등의 인종차별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수백곳의 신문사가 ‘딜버트’ 연재를 중단하자 그는 보수단체 사이에서 인기 있는 플랫폼 럼블의 유료 채널을 통해 ‘딜버트 리본’이라는 만화를 연재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애덤스와 함께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며 그를 추모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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