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에 두 시간 걸리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넓은 운동장엘 들어서니 졸업가운을 입은 학생들 틈에서 손자가 달려 나오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자 옆에 있던 학생들도 손을 흔들어 준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잘 지내온 아이들이 고맙고 기특하다.
레드 카펫이 깔려 있는 졸업식장은 학생들의 앞날을 축복하듯 풍선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진행을 맡은 여학생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졸업생들을 호명하자 그들은 후배가 건네주는 꽃다발을 들고 레드 카펫을 걸어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은 모델처럼 우아하게 자신을 뽐내며 포즈를 잡기도 하고, 한 학생은 신나게 춤을 추며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어떤 남학생은 반쯤 걸어가다가 학부모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더니 어느 할머니 품에 꽃다발을 안겨드리고 큰절을 올렸다.
얼떨결에 꽃다발을 받아 든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에 갓난 손자를 데려다가 키웠는데 잘 자라서 졸업을 하니 대견하다며 눈물이 그렁그렁하셨다.
노인의 구부러진 허리가 그동안의 삶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졸업생들의 입장이 끝나고 교장선생님과 내빈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작은 시골 학교라서 그런지 서로가 잘 아는 듯,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지나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형식적인 축하 인사가 아니라 사랑과 정을 나누는 듯하여 진솔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대하던 학생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솔빛 오케스트라는 2011년 개교와 더불어 결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춘천에서 열린 전국 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여주에서 있었던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도 은상을 받는 등 지금까지 많은 수상 경력이 있는 충북의 자랑이라고 교장선생님이 극찬을 한다.
연주복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선 학생들은 조금 전까지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과는 다르게 명성만큼이나 당당하고 멋있다.
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렬한 리듬의 협주곡 'invicta'를 시작으로 웅장하게 서막이 올랐다.
관중석에선 환호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맨 앞에 앉아 색소폰을 연주하는 손자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하얀 곰 인형을 끌어안고 주황색 장난감 시계를 차고 생글거리며 걸어오던 손자의 모습이 떠오르고 어깨에 보자기를 두르고 모자를 거꾸로 쓴 채 공연을 한다며 춤을 추던 장면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온다.
그랬던 아기가 어느새 자라서 저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다니.
아이와의 감미로운 추억에 젖어 있자니 영화 '미션'의 삽입곡이 이어졌다.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오보에를 부는 장면을 떠올리며 학생 한명 한명에게 시선을 돌린다.
모두가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으로 훌륭하다.
연이어 '독수리가 비상하는 곳' 음악이 가슴을 파고들면서 비상하는 독수리가 날갯짓을 하듯 힘차게 울려 퍼지더니, 대자연의 장엄한 서사시를 표현한 '아프리칸 심포니'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감동의 도가니였다.
연주는 훌륭했고 관객들은 연주자와 하나가 됐다.
그리고 자랑스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눈가엔 감격의 눈물방울이 촉촉하게 맺혀있었다.
지휘자가 인사를 하자 모두가 일어나서 브라보를 외치며 끝없이 박수를 보냈다.
전교생을 가르쳐서 이토록 훌륭한 공연을 할 수 있게 지도해준 감사의 박수였고, 지혜와 인내로 어려움을 이겨 낸 학생들에 대한 진심 어린 화답이었다.
근처 식당에 자장면과 탕수육을 예약해 놓고 손자를 기다렸지만 학교 회장인 아이는 교장선생님과 같이 내빈들께 인사를 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뒤늦게 식당으로 가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 졸업생들이 그동안 다니던 학교를 뒤로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서 있다.
이 땅의 모든 학생들이 당당하게 꿈을 향해 달려가길, 독수리처럼 높이 날아오르길 간절히 기원한다.
김효진 수필가 졸업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