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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리아 피크 극복, 펀더멘털 강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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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리아 피크 극복, 펀더멘털 강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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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 재정에 물가상승·집값 불안
국내 아닌 해외 재투자 고환율 지속
반기업적 규제 개선으로 위기 벗어야


역사 이래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이만큼 높아졌던 때는 일찍이 없었다. 이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병오년 신년사에서 ‘성장’을 41번 외쳤다. 성장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해 9일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8%보다 높은 2.0%로 제시하고 ‘경제 대도약의 원년’을 선언했다.

이만큼의 성장이 저절로 찾아올 수는 없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운용과 금융 수단을 총동원해 정부 총지출을 전년 대비 8.1% 대폭 확대하고, 원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원화 국제화를 가속화하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피크’를 지나 주변국으로 밀려날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한국호는 이제 내리막의 시작점에 있다는 불안이 그것이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주저하고 개인들은 고수익을 쫒아 미국 시장에 투자하며 2030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 취업률은 국가 위기 수준이다. 세대·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는 커져만 가고 국민은 불안하다.

정부는 슈퍼 재정으로 경제 대도약을 뒷받침한다고 공언한다. 현 정부 들어 월 32조 원(2025년 6~10월 M2 평균)가 풀려 통화량 증가는 이미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M2는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뜻한다. 돈이 풀려도 유통 속도, 금융시장 구조, 수요 회복 정도 등에 따라 인플레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진 화폐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물가가 오르게 된다는 것은 상식처럼 통용된다. 봉급 생활자의 구매력이 떨어져 민생은 팍팍해지는 반면 부동산이나 금 등 실물자산의 가격은 올라 청년은 점점 더 집을 사기 어려워지고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세 차례 고강도 규제에다 공급 절벽으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8.71% 올라 문재인 정부 상승 폭(2018년 6.73%)을 넘어섰다. 이는 과거 수없이 되풀이돼 온 양극화가 심화하는 방식이다.

환율 역시 문제다. 정부의 고강도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1470원에 육박했다. 서울경제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70%가 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을 경우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개인과 연기금 등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받은 배당과 이자 등이 포함되는 투자소득수지는 지난해 1~11월 누적 294억68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잡히지 않는 것은 국내 유동성의 폭발적 증가와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 확대가 원인일 수 있다. 올 들어 고작 6거래일 만에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규모는 19억 4200만 달러(약 2조 83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환류하기보다 해외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주식 투자자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관건은 경제 하부 구조, 즉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 그리고 심리적 요인이다. 계약법 원리와 상식조차 벗어나는 상법과 노동법 개정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입법이었다.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2% 수준인데,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7년째 38개국 중 30위 권에 맴돌고 있다. 반기업적인 법률과 규제들이 기업에게 치명적 독약을 먹인 것으로, 적극 재정과 금융 수단만으로 해독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 주식 투자자와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 그 외에 쉬운 방법이란 없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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