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시안양 팬들이 지난해 11월30일 대구아이엠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1 대구에프시와 경기 뒤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에프시안양 제공 |
“제가 태어난 곳이자 사는 곳에 있는 팀을 응원한다는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에 사는 진재환(43)씨는 프로축구 K리그1 에프시(FC)안양을 응원한다. 2004년 안양을 연고로 하던 엘지 축구단이 서울로 떠난 뒤, 에프시안양이 재창단한 2013년까지 안양에는 프로축구팀이 없었다. 하지만 진씨는 그사이에도 팀에 대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진씨는 “팀을 잃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안양 시민이 유난히 지역팀을 아끼는 편”이라고 했다.
에프시안양은 최근 몇 년 사이 시를 대표하는 일종의 콘텐츠가 됐다. 진씨는 “안양시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축구’가 가장 먼저 뜰 정도”라고 했다. 실제 안양 거리에서는 시즌 중에 안양시 특산물인 포도에서 색을 따온 에프시 안양의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씨는 “2022년부터 팬이 많이 늘었는데, 특히 가족 단위 팬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런 사례는 이제 안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 무대에 합류하는 경기도 시민구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 4일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용인에프시 창단식을 열었다. 파주시도 지난해 3부리그에 있던 파주시민축구단 이름을 파주 프런티어로 바꾸며 프로 전환에 나섰다. 두 팀은 다가올 새 시즌 K리그2(2부리그)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경기도에 시민구단이 늘어나는 건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연고 의식이 강해진 영향이다. 그간 경기도는 이주민이 많아 연고 의식이 옅은 지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기 새도시 조성 때 유입한 부모 세대의 자녀들이 성장하며 각 도시를 자기 고향으로 인식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실제 이번에 구단을 창단한 용인시의 2023년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용인 거주자 중 용인을 고향으로 느끼는 사람은 66%에 이른다.
안산 그리너스를 응원하는 서재현(26)씨도 이런 경우다. 안산시 초지동에 사는 서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24년 전 안산으로 이사 왔다. 서씨는 “부모님이 이주 1세대라면 저희 세대는 ‘나는 안산 사람’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고 함께 응원하는 분도 비슷한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동탄이 커지면서 인구가 늘어난 화성처럼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 K리그에서 경기도 시민구단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2026시즌 기준 1부리그에는 안양과 부천만 이름을 올리지만, 2부리그까지 포함하면 김포, 수원, 성남, 안산, 용인, 파주, 화성 등 모두 9개 시민구단이 출전한다. 2025시즌 K리그2에 전체 14개 구단이 참가했는데, 올해 용인과 파주가 새로 합류하면 17개 팀(신규 김해 포함) 중 절반에 가까운 7개가 경기도 시민구단이다.
성남 팬들이 수원에프시와 경기가 열린 2022년 8월2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연고 이전 및 해체 반대” 메시지를 담은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최근 높아진 K리그 인기와 맞물려 각 지자체는 시민구단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홍보 효과도 보고 있다. 원정 경기를 보러 경기도 내 도시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가 활동에 있어 서울-경기 사이 이동이 아닌 경기-경기 이동을 촉진하기도 한다. 다만 시민구단 구단주를 지자체장이 맡는 만큼 정치적 외풍에 시달릴 위험도 있다. 실제 앞서 성남에프시는 2022년 신상진 시장 취임 뒤 매각설에 휘말리며 ‘이재명 지우기’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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