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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伊 연달아 만나는 다카이치...외교 보폭 넓어지는데 ‘퍼스트 젠틀맨’은 어디에?[나우,어스]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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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伊 연달아 만나는 다카이치...외교 보폭 넓어지는데 ‘퍼스트 젠틀맨’은 어디에?[나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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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룡마을 큰불 여파로 양재대로 일부 통제
日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연초부터 활발한 양자외교
‘퍼스트 젠틀맨’ 동행 全無...‘스텔스 남편’ 자처
“파트너가 주목받는건 적절치 않아” 소신, 日도 당연한 분위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나라현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법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나라현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법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연초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외교 보폭이 넒어지는 와중에 ‘배우자 외교’는 전무(全無)해 눈길을 끈다. 일본의 사상 첫 ‘퍼스트 젠틀맨’인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은 아내 내조에만 전념하며 ‘스텔스 남편’을 자처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한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난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다자외교 행사를 소화하기도 했다.

활발해지는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행보에는 다른 국가 정상들에게서 볼 수 있는 무언가가 빠져 있다. 바로 전용기 앞에서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하거나, 여러 국가 정상의 배우자들과 차담을 나누는 등 외교 활동을 보조하는 배우자의 모습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남편인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하원 의원)은 스스로를 ‘스텔스 남편’(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처럼 보이지 않는 남편)이라 칭하며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내의 해외 방문은 기본적으로 그녀 혼자 가는게 원칙”이라며 동행외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남편인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은 “파트너가 주목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고,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남편인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은 “파트너가 주목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고,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혼슈(本州) 중서부 후쿠이(福井)현 출신으로 2021년까지 8선 의원을 지냈다. 일본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듯, 그도 정치를 했던 아버지의 뒤를 따른 세습 정치인이다. 제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농림수산부 부대신, 자민당 부간사장, 총무회 부회장 같은 요직을 지낸 대표적인 ‘아베파’다.

아내 다카이치와는 같은 아베파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돼 2003년 결혼했다, 한 차례 이혼 후 2021년 재결합을 했다. 이때 아내의 성을 따라 다카이치 다쿠로 이름을 바꿨다.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바람에 아내의 성을 따르게 됐다고 할 정도로, 둘의 관계는 일본의 전통적인 역할을 뒤집는 경우가 많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자신의 역할을 내조로만 한정하고 있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 경험으로 조언도 하되, 요리도 잘하니 집에서 밥을 하고 뒷바라지하겠다”며 “부엌은 내 구역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발언도 했다.

이는 자신도 정치 경력이 상당한데다 일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퍼스트 젠틀맨 정치’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유럽·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파트너가 주목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중의 주목은 총리에게만 가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야마모토 전 의원의 전립선암, 뇌줄중 투병 이력을 감안해 내조에만 머무는게 적절하다는 평도 나온다.

일본 내 여론도 이런 판단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퍼스트 레이디인 총리 부인이 공식 석상에 동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총리 시절 이혼 상태여서 아예 퍼스트 레이디 자리가 공석이었다.

오히려 배우자의 외교 활동에 동행하거나 정치적인 발언도 공개적으로 했던 아베 아키에 여사가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된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는 원자력 발전 추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남편의 주요 정책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해 일본 매체들로부터 ‘아베의 국내 야당’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남편의 외교 행사에도 자주 동행했고, 외신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진보센터의 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인 토비아스 해리스는 “아베 아키에 여사는 일본의 영부인으로서 확실히 이전의 많은 영부인들과는 달랐다”고 CNN에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