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라면서 윤석열에 사형 구형한 특검, 왜?

경향신문
원문보기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라면서 윤석열에 사형 구형한 특검, 왜?

속보
서울 구룡마을 화재 8시간 반 만에 진압 완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가운데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가운데 1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불법계엄을 선포하고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특검)이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건 1996년 전두환씨 이후 처음이다. 법치에 의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라는 지적이 많은 사형을 구형한 건 범행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의 전날 윤 전 대통령 결심 공판에서 박억수 특검보는 계엄 선포와 전후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박 특검보는 “사회 공동체 존립과 안녕을 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가장 엄정한 벌로 대응해왔다”며 “피고인 윤석열은 진지한 성찰이나 책임 의식을 보이지 않고, 독재와 장기 집권이라는 권력욕에 따른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을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지만, 사형을 선고하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봤다. 박 특검보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의 ‘사형’은 집행해 사형을 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란 우두머리죄에 대한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금고다. 참작할 만한 감경 사유가 전혀 없는 피고인에 대해 법정 최저형인 무기형으로 형을 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형이 집행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죄’라는 상징적 의미로 사형을 구형했다는 주장이다. 특검은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를 시행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에 대해서도 계속 비교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사건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은 전두환씨는 1996년 내란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된 뒤 형이 확정됐다. 이후 8개월 만에 김영삼 대통령이 특별사면하면서 2년여 만에 풀려났다.

특검은 이를 언급하며 “전두환·노태우 세력을 단죄한 역사가 있음에도 이번에 피고인 윤석열 등 ‘공직 엘리트’는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삼아 내란을 획책했다”며 “우리 국민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다시금 전두환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함을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 이 논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돼 선고만을 앞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도 적용됐다.

특검은 계엄 당시 일부만 가담한 피고인들에게도 전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검은 “내란죄는 다수인이 공동해서 국가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침해하는 집합범”이라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서 발생한 여러 폭동 행위 전부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전체에 대해 형사책임을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군과 경찰 수뇌부들에 대해 가담 정도와 범행 경중에 따라 양형 의견은 다르게 내세웠다. 윤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계엄 선포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장준호 특검팀 검사는 “김용현은 내란 모의부터 실행 단계까지 윤석열과 한 몸처럼 움직였고, 수사 개시 이후 현재까지도 윤석열과 동일한 입장으로 임하고 있다”며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범행 전반을 지배·통제한 자로 우두머리와 다를 바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짚었다.

민간인 신분으로 김 전 장관을 도와 계엄을 계획하고 실행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해서도 “단순한 보조적 가담자가 아니라 범행의 핵심 구상 단계부터 관여한 기획자이자 설계자”라며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계엄 당시 경찰청장으로서 국회에 경력 수천명과 경찰 버스 등을 배치해 국회의원과 시민들의 출입을 막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징역 2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을 구형했다. 계엄의 불법성을 알면서도 공무원으로서 상부 지시만 맹목적으로 따른 점은 잘못이지만 계엄의 주동자가 아니라 ‘중요임무종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9일 오후 3시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 특검, 윤석열에 사형 구형 “전두환·노태우보다 엄벌해 재발 막아야”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3213600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