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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갈 곳이 없었다"…강릉시 부모들, 지역 소아진료 개선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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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갈 곳이 없었다"…강릉시 부모들, 지역 소아진료 개선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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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스핌] 이형섭 기자 = 아이가 아픈 밤, 갈 곳이 없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강원 강릉시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한 부모의 고민이 지역민의 연대로 번지며, 지역 소아 진료 환경 개선을 향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지난해 추석 무렵, 김동일 강릉에이엠브레드 대표는 갑자기 열이 오른 아이를 들쳐 안고 병원을 찾아 헤매야 했다. 그는 "언제까지 이 지역에서 아이 아픈 밤을 운에 맡겨야 하나"는 물음을 품었다.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과 HB1985 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강릉아산병원] 2026.01.14 onemoregive@newspim.com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과 HB1985 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강릉아산병원] 2026.01.14 onemoregive@newspim.com


김 씨의 고민은 주변 부모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뜻을 함께한 10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건도리횟집 신건혁 대표 ▲강릉에이엠브레드 김동일 대표 ▲경포동해횟집 최항석 대표 ▲법무법인소울 이현우 변호사 ▲세인트존스호텔 김헌성 대표 ▲강릉한우금송아지 이동현 대표 ▲평창잣농원영농조합 권영만 대표 ▲강릉닭강정 정소미 대표 ▲강릉조은이플란트치과 이호찬 원장 ▲㈜알 정선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역 내 소아청소년과의 야간·휴일 진료 공백, 의사 인력 부족, 수도권 의료 쏠림 등의 현실에 공감하며 '직접 해보자'는 의지를 모았다. 신건혁 대표는 "누군가는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 했고, 또 누군가는 움직여야 했다"며 "그 '누군가'를 우리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동권 소아진료 구조적 한계

강원 영동권은 야간과 휴일에도 소아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할 병원이 거의 없다. 의정 갈등과 인력 쏠림으로 의료 인프라가 더욱 약화됐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병원들이 소아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역 전체의 부담은 강원·영동권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으로 집중됐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병원에도, 지역에도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부모들은 이 문제를 '병원의 책임'이 아닌, 지역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했다. 이에 지역민 주도의 소아진료 후원 캠페인 'HB1985'가 탄생했다.

◆'HB1985', 지역이 함께 만든 연대의 이름

'HB'는 'Human Blooming(생명을 피우는 마음)'을 뜻하며, '1985'는 캠페인을 시작한 구성원의 출생연도를 의미한다.

HB1985는 14일 강릉아산병원 중강당에서 총 1억5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병원은 이 기부금을 소아진료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선, 응급·야간 진료 대응력 강화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신건혁 HB1985 사무총장은 "아이가 아플 때 갈 곳이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며 "이 지역은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HB1985는 이번을 계기로 지역 전체의 참여를 넓혀 가며 지속 가능한 소아진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참여자들은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 의료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현우 변호사는 "부모의 작은 첫걸음이지만, 지역을 지키는 힘은 결국 지역민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항석 대표는 "10명의 불안이 지역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이곳의 내일을 직접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onemoregiv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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