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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이란 마지막 왕세자’ 팔레비와 비밀 회동···정권 붕괴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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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이란 마지막 왕세자’ 팔레비와 비밀 회동···정권 붕괴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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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반이란 정부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이란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의 초상화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반이란 정부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이란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의 초상화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이란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와 최근 비밀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팔레비는 이란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물로, 트럼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따른 이란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13일(현지시간) 윗코프 특사가 지난 주말 팔레비와 비밀리에 만나 이란에서 격화하는 시위에 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트럼프 정부가 이란 반정부 세력과 가진 첫 고위급 회담이다.

팔레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무너진 팔레비 왕조 마지막 국왕의 장남으로 왕정 붕괴 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는 남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신정체제를 고발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에는 SNS와 언론 활동을 늘리며 시위를 장려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해왔다.

액시오스는 팔레비가 윗코프 특사를 만난 것에 대해 ‘과도기 지지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팔레비의 행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팔레비는 지난 1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가능한 한 빨리 이란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며 신정체제 붕괴 후 과도기를 이끄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발발 직후엔 팔레비를 중요한 인물로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9일까지만 해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좋은 사람 같아 보이긴 한다”면서도 “(팔레비와 만나는 것은) 적절한지 모르겠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시위대가 팔레비 이름을 외치는 것에 트럼프 정부가 놀랐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폭스뉴스는 윗코프 특사의 이번 회동을 트럼프 정부가 보여온 태도의 중대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외곽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이란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외곽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이란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이란 시위 현장에선 팔레비 사진과 이슬람 혁명 이전에 사용했던 왕정 국기, “샤(국왕) 만세” 등 팔레비를 지지하는 구호들이 등장했다. 일각에선 팔레비가 반정부 세력을 이끌 만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분석가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진 기성세대, 구원자를 바라는 젊은 층, 현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누구든 기꺼이 지지하려는 불만 세력까지 팔레비의 지지층이 매우 넓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 내 인터넷 통신이 차단된 데다, 권위주의와 부패로 얼룩진 왕정의 과거를 토대로 팔레비를 비판하는 이들도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이란 내 팔레비의 지지 기반이 어느 수준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팔레비를 둘러싼 트럼프 정부 내 논의도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국장은 “팔레비는 인지도가 높고 (시민들이) 의지할 만한 마땅한 다른 인물이 없다”면서도 “그는 정치 경력이 전혀 없고 포용적인 야권 조직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독립적이고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 자료가 없으며 왕정 시대 어두운 기억은 여전히 이란에 깊게 남아 있다고도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는 격화한 시위에 이란 정권이 큰 압박을 받고 있지만 당장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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