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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지만 불안도 싫어”…‘이란 공격’ 벼르는 미국, 말리는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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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지만 불안도 싫어”…‘이란 공격’ 벼르는 미국, 말리는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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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등 아랍 걸프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만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지만, 석유 공급과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미국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각) 사우디 등 이란의 경쟁 국가들이 미국 트럼프 정부에 이란 공격을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두고 오래 경쟁해온 관계지만,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발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막후에선 아랍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이란 정권을 전복하려 시도할 경우 석유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이들 국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 산유국은 페르시아만을 통해서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폭 39~97㎞)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극도로 중요하고 민감한 전략적 요충지다.



또한 전제 왕정 체제로 국민을 권위주의적으로 통제하는 사우디 등 국가들은 혁명의 불씨가 페르시아만을 넘어 자국에 옮겨붙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관광 산업 활성화와 석유 의존도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역내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사우디는 이란을 자극하지 않도록 자국 언론들에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 등을 내보내는 것을 포함해 시위 자체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사우디는 이란 정부에 만약 미국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사우디 영공을 거쳐 이란을 공습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시위 발발 직후부터 시위대에서 사망자가 나올 경우 개입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 중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서자 미국 내에선 군사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과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비에스(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시위대 처형설에 대해 “그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래트니 전 주사우디 미국대사는 “사우디 등 국가들은 이란 정권에 대한 어떠한 애정도 없지만, 불안정 또한 극도로 피하려 한다”며 “이란 정권 교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일단 열면 이들 국가가 원치 않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게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래트니 전 대사는 이란 정부의 통제력이 걸프 지역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점을 들며 “정권이 바뀌어도 이란 혁명수비대처럼 기존 하메네이 정권과 비슷하거나 더 나쁜 세력이 집권할 수 있고, 아니면 혼란이 계속되거나 여러 지역으로 쪼개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아랍 걸프 국가들의 관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시위가 종료되고, 자국 내 협상을 통해 일부 개혁이 이뤄지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모든 사태가 진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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