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전경. 김창효 선임기자 |
자기 자본 한 푼 없이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만으로 건물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30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임대사업자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서민층의 주거 기반을 무너뜨린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문주희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임대업자 A씨(47)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적극 가담해 임대차 계약을 알선한 공인중개사 B씨(53)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주 시내 빌라 19채를 매입한 뒤 임차인 175명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약 13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빌라를 매입한 뒤 다시 해당 빌라의 전세보증금으로 또 다른 건물을 사들이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흐름이 막히자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을 상실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닌 서민의 생존권을 위협한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증금 규모보다 큰 부동산을 무리하게 매입해 수익을 내려다 실패했다”며 “그 결과 임차인들은 막대한 재산적 손실은 물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 사기는 주거 안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서민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박탈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다수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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