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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6개가 삶을 살렸다"… 수원 체납 공무원의 기적 같은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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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6개가 삶을 살렸다"… 수원 체납 공무원의 기적 같은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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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앞둔 50대 모녀 가정, 4000원 붕어빵·쌀 한포대에 희망 되찾아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이 시청 사무실에서 근무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 주무관은 체납 징수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앞둔 시민에게 주머니 속 4000원으로 산 붕어빵을 건네며 위로했고, 이후 지속적인 관심과 연계 지원으로 한 가정이 다시 삶의 희망을 되찾도록 도왔다.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이 시청 사무실에서 근무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 주무관은 체납 징수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앞둔 시민에게 주머니 속 4000원으로 산 붕어빵을 건네며 위로했고, 이후 지속적인 관심과 연계 지원으로 한 가정이 다시 삶의 희망을 되찾도록 도왔다.


“힘내세요.”

차가운 체납 징수 현장에서 건넨 공무원의 짧은 위로 한마디와 4000원짜리 붕어빵 6개가 극단적인 선택을 앞둔 한 시민의 삶을 붙잡았다. 숫자와 서류로만 보이기 쉬운 행정의 최전선에서, 사람을 먼저 바라본 공직자의 선택이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14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수원 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ㄱ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삶을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개월째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지방세와 과태료 체납으로 통장은 압류됐다. 다리 인대가 끊어진 20대 아들은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집에 머물렀고, 일용직 일자리도 구할 수 없었다. 며칠을 굶다시피 한 끝에 ㄱ씨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체납액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10년 넘게 타던 차량을 공매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이 ㄱ씨를 만났다. 차량 공매 절차를 진행하던 중, 신 주무관은 조심스럽게 체납 사유를 물었다. 초췌한 얼굴의 ㄱ씨는 “아들과 둘이 사는데 가진 게 없다. 먹을 것도 없어 며칠을 굶었다”고 털어놨다.

신 주무관은 “당장 먹을 음식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마트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오래간만에 누군가에게서 들은 따뜻한 말이었다. 그러나 ㄱ씨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모든 것을 정리하려던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주무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현금인출기를 찾았지만 마땅히 찾지 못했고, 주머니에는 4000원만 남아 있었다. 그때 길가에 붕어빵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4000원으로 붕어빵 6개를 사들고 다시 ㄱ씨의 집을 찾았다.


“힘내세요.”

신 주무관은 붕어빵을 건네며 짧게 말하고 돌아섰다. ㄱ씨는 문을 닫고 한참을 울었다. 그날따라 붕어빵은 유난히 따뜻하고 맛있었다. ‘내가 조금 더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며칠 뒤인 토요일, 신 주무관은 쌀과 반찬거리, 라면을 들고 다시 ㄱ씨의 집을 찾았다. 그는 “수원시 공무원은 수원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미안해하지 말고 드셔도 된다”며 또 한 번 “힘내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오랜만에 밥을 지어먹은 날, ㄱ씨의 아들은 갓 지은 밥에 간장을 비벼먹고는 “아르바이트라도 찾아보겠다”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집을 나섰다. ㄱ씨는 그 순간을 “정말 오랜만에 느낀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후 신 주무관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일자리 정보와 동 행정복지센터 지원방법, 무료법률상담, 세무서 조정신청 등 필요한 정보를 하나하나 안내했다. 징수과 합동영치 TF팀 마재철 주무관도 ㄱ씨와 통화하며 장시간 이야기를 듣고, 통장압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차분히 설명했다. “언제든 힘들면 전화 달라”는 말은 또 한 번 ㄱ씨에게 살아갈 힘이 됐다.

수원시는 ㄱ씨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안내하고 절차를 도왔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긴급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도 연계해 연체 임대료와 자립비, 생필품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ㄱ씨는 현재 일자리를 찾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ㄱ씨는 5일 수원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 두 공무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게 희망과 감사함을 알게 해주신 신용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잘 살아서 꼭 보답하겠다”는 글이었다.

체납징수라는 차가운 행정의 현장에서, 공무원의 작은 선택은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숫자보다 사람을 먼저 본 행정, 그 현장은 수원에 있었다.

[이투데이/경기인천취재본부 김재학 기자 (Jo801005@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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