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검찰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법원은 14일 “구속에 이를 정도로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13시간 넘게 이어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MBK 측은 100장이 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시하며 방어권 보장을 강조했다. 법원도 영장 심사 단계에서의 절차적 한계를 고려해 불구속 수사가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 회장을 포함한 MBK 주요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지만, 구속할 정도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불구속 상태에서 김 회장 등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는 전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1시 40분까지 총 13시간 40분간 진행됐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장 기록이다.
먼저 검찰이 100장이 넘는 PPT 자료를 제시하며 김 회장 등의 범죄 혐의 중대성과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검찰의 소명은 오후 2~3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검찰은 김 회장 등 MBK 주요 경영진이 2023년 말부터 홈플러스의 경영 적자를 직접 보고받았고, 늦어도 작년 2월 중순에는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봤다. 실제 신용 등급 강등이 이뤄진 건 2월 28일이다.
검찰의 소명이 끝난 뒤에는 MBK 측 변호인단이 준비한 의견 진술이 이어졌다. MBK 측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중심으로 100장이 넘는 PPT 자료를 제시하며 검찰의 혐의 적용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강등을 인지한 시점이 2월 25일 오후 3시 38분쯤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알았다면 신용등급 평가 재심 과정에서 크레딧라인(신용공여)으로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매출과 부채비율이 개선되고 있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돼 등급 하락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2023년 11월부터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을 준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차입금 리파이낸싱(차환) 실패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리파이낸싱이 이듬해 5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회생절차를 검토하거나 관련 자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재무 악화를 은폐하고 허위 공시로 금융기관과 투자자를 속였다는 의혹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홈플러스가 2023년 12월 한화투자증권에서 1000억원을 대출받을 때 MBK가 연대보증 섰다는 사실을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MBK 측은 주주사의 연대보증과 신용 보강은 신용평가에 긍정적 요소이며, 계약상 비밀 유지 조항이 적용되는 민감한 정보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유되지 않는 경우도 실무상 존재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용 보강을 공식화할 경우 다른 피투자사들로부터 유사한 보증 요구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작년 12월 8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뉴스1 |
검찰의 소명과 MBK 측 변호인단의 의견 진술이 마무리된 뒤엔 재판부의 질의 시간과 피의자 측 진술 시간이 이어졌다. 이때 김 회장이 직접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고심 끝에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영장 심사 단계에선 피의자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충분히 접근하기 어렵고, 방어 논리를 충분히 펼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김 회장이 수사에 비교적 성실히 협조해 왔다는 점도 구속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5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출국 금지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왔고, 지난해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원도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따른 구속 필요성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장 기각으로 김 회장 등에 대한 신병 확보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검찰은 추가 증거 확보를 통해 보강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후 기소 여부를 결정해 본안 재판에서 김 회장 등의 혐의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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