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효과'를 구글 제미나이로 구현한 이미지 |
인공지능(AI) 산업은 지금 또 한 번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변화 중심에는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필두로 한 초거대 멀티모달 모델 확산이 있다. 지난달 공개된 구글'제미나이 3.0'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 중심이던 기존 AI 생태계와 달리, 구글 자체 칩인 텐서 처리 장치(TPU) 기반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시장 기술 경쟁 구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모델 출시가 아니라, AI 기준을 바꾸는 기술적 전환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제미나이 효과'라 부른다.
제미나이는 텍스트·이미지·오디오·코드를 단일 아키텍처에서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방식을 표준으로 만들었다. 이는 기존 텍스트 중심 거대언어모델(LLM)이 플러그인 방식으로 멀티모달을 덧붙이던 구조와 달리, 처음부터 여러 신호를 동등하게 이해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또 실시간 비디오 이해나 스트림 기반 추론 능력은 AI가 질문하고 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적 상황 이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전환했다.
또 제미나이는 크기에 따라 프로, 나노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돼 서버급 성능을 요구하던 LLM을 스마트폰, 태블릿,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엣지 디바이스에서도 구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고, 실시간성과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분산형 AI 생태계' 구축을 의미한다.
◇글로벌 AI 시장 경쟁구도 가속화
최근 이런 제미나이 현상은 경쟁 심화를 통해 AI 기술 전반의 혁신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AI, 메타 등 경쟁사에 더 빠르고 강력한 멀티모달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과 모델 성능 '상향 평준화'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최종 사용자들은 더욱 강력하고 저렴한 AI 서비스를 경험할 것이다.
이는 기존 앱 중심 틀이 '태스크 중심 AI 상호작용 체계'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모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각 기업의 특화된 도메인 지식을 결합한 버티컬 AI 솔루션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모델에 특화된 AI 기반 퀀트 시스템, 법률 문서 분석에 최적화된 LLM 등이 등장하며 AI가 즉각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스마트 팩토리'나 '맞춤형 진단시스템' 구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고성능 AI 모델의 등장은 당연히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인프라(GPU·TPU)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모바일·PC·자동차 AI 기본 탑재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며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경쟁을 가속할 것이다. 모델의 효율적인 추론을 위한 전용 AI 칩 및 저전력 설계 기술은 IT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제미나이 효과가 여는 미래 사회 대비
제미나이가 몰고 온 효과는 하나의 모델 성공 사례가 아니라, AI 개발 방식·산업 구조·비즈니스 모델까지 전면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앞으로 AI 시장은 초거대 모델 경쟁을 넘어, 누가 에이전트형 AI를 현실 세계에 빠르고 안전하게, 그리고 가장 넓은 생태계로 확산시키는지가 승부가 될 것이다. 단순한 기술 파급이 아니라 산업전략, 구조까지 재편을 요구하는 변화다.
먼저 글로벌 포용성과 경쟁력을 가진 우리만의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행정·민원 등 대부분 업무가 자동화 AI 기반으로 재구성될 것이므로 조직·절차·인력 구조 자체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AI 신뢰성 인증제도를 고도화하고, 공공·민간 AI 컴퓨팅 자원 국가 플랫폼화도 추진해야 한다. 또 AI 기술개발과 우수 인재 양성을 통해 글로벌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 AI 시장은 '잠재력 증명' 단계를 넘어 '산업 통합 및 상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부상하기 위해서는 제미나이와 같은 범용 모델을 기반으로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통신 인프라, 그리고 특화된 산업 지식을 융합해 혁신적인 버티컬 솔루션을 창출해야 한다.
제미나이 효과가 불러온 기술 경쟁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AI 시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글 : 도승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