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는 앞서 지난 2020년 약 1400억원을 투입해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양사는 공동 마케팅과 물류 인프라 통합 등 운영 효율화를 지속해왔다. 그 결실로 해태아이스크림은 2021년 적자를 딛고 2022년 영업이익 5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2024년에는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사실상 실무적인 통합이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이번 흡수합병은 이를 법인 차원에서 공식화하고 잔여 비효율을 완전히 제거하는 최종 단계로 풀이된다.
◆ 빙과 사업 단일화… 경쟁 구도 변화 '주목'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기간에 점유율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빙그레의 기동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빙과 산업은 냉동 물류와 재고 관리 비용이 실적을 좌우하는 고정비 중심 구조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출 확대보다 비용 관리 역량이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산업 구조 속에서 빙그레가 법인을 하나로 묶은 것은 의사결정 체계를 일원화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격 정책과 투자 우선순위, 인력 배치 등 경영 전반의 판단 속도가 빨라질 경우 경쟁사들 역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특히 롯데웰푸드와의 점유율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2568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9% 감소한 693억원에 머물렀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빙그레가 빙과 부문의 체질 개선을 완료함에 따라 롯데 역시 강도 높은 효율화 과제를 안게 됐다.
◆ 수익성 악화 늪에 빠진 제과업계…해외가 활로
빙과 사업이 없는 제과 기업들 역시 내수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며 빙그레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정적 실적을 유지 중인 오리온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빙과 시장을 잠재적 카드로 고심할 수 있으며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해태제과식품도 생존 전략을 고심 중이다.
실제 해태제과식품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5% 급감한 83억원으로 계열사 크라운제과는 47% 줄어든 27억원에 그쳤다. 매출 규모는 유지되고 있으나 내수 소비 위축과 원가 부담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빙과·제과업계의 무게중심은 점차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빙그레 또한 이번 합병을 통해 조직 역량을 결집해 해외 수출과 이커머스 채널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합병으로 국내 제과 시장은 외형 확대 경쟁을 지나 운영 효율과 수익성 중심의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단일 법인 체제로 전환한 빙그레의 행보에 경쟁사들이 어떤 전략적 대응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단순 법인 통합보다는 저출산과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정교한 생존 전략"이라며 "빙그레가 단일 손익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경쟁사들과 비용 효율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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