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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경제성장전략, 성장 157번·재분배 2번…'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프레시안 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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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경제성장전략, 성장 157번·재분배 2번…'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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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은 야심 찬 목표를 담고 있다. 727조 9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전략산업을 육성하며, 국민참여형 펀드를 통해 자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6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157번 등장하지만, '복지'는 19번, '재분배'는 단 2번에 그친다.

경제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복지학자로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 성장하는 경제 속에서 우리는 과연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 이재명 대통령이 1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대의 원리: 복지국가의 철학적 토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가 유지되는 근본 원리로 '연대(solidarity)'를 제시했다. 연대란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의존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인식, 그리고 그 인식에 기반한 제도와 실천의 총체다.

복지국가의 역사는 곧 연대의 제도화 역사다.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젊은이가 노인을 위해 분담하는 사회보험 제도가 그것이다. 세금을 통한 재분배 정책 역시 연대의 구체적 표현이다. 이는 시혜나 자선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연대의 원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산소득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는 완화되고, 복지 지출은 제한적으로 늘어나며,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일상화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은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미 의심받고 있다.


<돌봄과 케어의 철학>이 제시하는 인간관

최근 출간된 박광준 교수(일본 붓교대학교 사회복지학부)의 <돌봄과 케어의 철학>은 우리에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개념들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약한 존재로서의 인간, 상호 의존의 삶

박광준 교수는 "인간은 약한 존재"라고 단언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절대적으로 타인의 돌봄에 의존하며, 인생의 여러 시기에 다양한 형태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약하고 그 약함이 현저히 나타나는 시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책은 한 시각장애인 사회운동가(Wolfensberger)의 말을 인용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지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다른 하나는 앞으로 장애를 가질 사람이다." 이는 돌봄 필요(care needs)의 보편성과 우발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의존과 상호 의존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스웨덴의 사회서비스 시스템이 인간은 모두 장애인이다. 우리들은 우연히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인간관에 기초한다는 사실도 소개된다.


대리고(代苦) 이론: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존재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의 의사이자 철학자 무라오카가 제시한 '대리고(代苦) 이론'이다. 대리고란 '고통을 대신 짊어진다'는 뜻이다.

무라오카는 질병 발생률이라는 통계에 주목한다. 다운증후군은 인구 1000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한다. 이 수치는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과 무관하게, 사회 전체 차원에서 일정하게 나타나는 통계다. 그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다. "1000명 중 한 사람이 다운증이 되고 999명은 다운증이 아니라는 것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하나의 현상이다. 한 사람이 다운증 리스크를 떠안음으로써 나머지 999명의 다운증 리스크를 대신 부담하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사회보험의 원리를 떠올려보자. 많은 사람이 건강보험료를 내지만, 실제로 큰 병에 걸려 의료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그중 일부다. 올해 중병에 걸린 사람이 받는 의료비는 건강한 사람들이 낸 보험료로 가능하다. 대리고 이론은 이를 더 근본적 차원에서 본다. 질병 자체가 사회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이고, 누군가 그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다른 이들의 몫까지 대신 짊어지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광준 교수는 이 이론이 가설적 수준이며 통계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또 다운증 등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 직접적인 케어나 위안이 되기 어렵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 이론의 의의는 다른 데 있다. 질병이나 장애를 개인의 불운으로만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 - 무라오카가 '희생자 비난 이데올로기'라 부르는- 에 맞서, 장애 및 질병의 발생을 사회와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하게 함으로써 불건강자 등에 대한 인식 전환에 도움을 주는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자립 신화의 해체

박 교수는 '자립 신화'를 비판한다. 자립 신화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 '케어 받지 않는 것'이 곧 자립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진정한 자립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에 관한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지려는 삶의 방식이 자립이다. 신체를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립적 존재라는 것이다.

간호철학자 트래블비(Travelbee)의 지적도 인용된다. 타인의 신체적 케어에 의존하는 상황을 죽음보다도 두려워하는 풍조가 있다. 이러한 풍조는 인간이 원래 서로 돌보며 살아온 존재라는 명백한 사실조차도 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경제학이 놓친 것: 돌봄노동의 가치

책은 경제학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경제학자 카트린 마르살의 질문을 인용하며,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라고 묻는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쓸 수 있었던 것은 평생 미망인으로 살며 그의 모든 일상을 뒷받침해 준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러나 경제학은 이 어머니의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 대리고와 연대의 시각에서

박광준 교수가 제시하는 인간관과 사회관은 현재 우리 사회의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리고 이론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사람과 병약한 사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할 수 없는 사람 - 우리는 모두 통계적으로,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질병이나 장애를 개인의 불운으로만 치부하는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사회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리스크이며, 누군가 그 리스크를 현실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연대와 대리고의 관점에서 보면, 복지정책과 재분배는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상호 의존적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인정이며,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사회적 실천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완화하고,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서도, 복지 지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연대의 원리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박광준 교수가 말하듯, 온전히 자기 힘만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실은 그 정도의 허세를 가능하게 하는 서포트 네트워크가 이미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는 하루 종일 일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출산과 육아, 질병과 장애, 노화로 인해 경제 활동을 중단하거나 제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이다. 경제 성장 전략에서 이들의 존재는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러스킨이 말했듯, 케어를 위해 경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곧 우리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향하여

성장률 2%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성장이 어떤 사회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자립 신화와 경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연대와 상호 의존을 기반으로 하는 돌봄 사회인가?

박광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케어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것, 의존하고 상호 의존한다는 생각의 기반 위에서 상호 지지망을 만드는 행동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기본이 튼튼한 사회'가 되려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과 사회 정의, 효율과 형평, 시장과 연대 - 이 모든 것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함께 가는 것은 더 중요하다. 그것이 대리고와 연대의 원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지혜다.
▲ <돌봄과 케어의 철학>(박광준 지음, 양서원 펴냄) ⓒ양서원

▲ <돌봄과 케어의 철학>(박광준 지음, 양서원 펴냄) ⓒ양서원



[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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