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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산해진미도 이긴 ‘상주둥시’

머니투데이 최현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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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산해진미도 이긴 ‘상주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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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명품 먹거리]천혜의 북서 계절풍에 건조, 깊은 단맛과 쫀득한 식감 일품

[편집자주] 보성 녹차, 영광 굴비, 횡성 한우고기…. 지역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이어져 내려온 식재료와 향토음식이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먹거리는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 우리 지역 경제를 살리는 농산물이나 명품 먹거리가 어떤 게 있는지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살펴본다.

▲상주곶감/사진제공=상주시

▲상주곶감/사진제공=상주시


‘곶감과 호랑이’라는 전래동화를 보면 호랑이가 왔다는 어머니의 말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어린아이에게 곶감을 주자마자 뚝 그친다. 문밖에서 모자의 대화를 듣던 호랑이는 “곶감이 얼마나 무섭길래 아이가 바로 얌전해지지?”라고 생각하며 도망친다. 곶감의 달콤함이 무서운 호랑이를 이긴 것이다.

이처럼 곶감은 단맛이 귀하던 시절부터 소중한 먹거리로 여겨져 왔다. 특히 경북 상주시는 우리나라 재래종인 ‘상주둥시’의 주산지다. 상주둥시로 만든 곶감은 기후와 전통 건조 방식이 어우러져 깊은 단맛과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며, 지역 농가의 겨울을 책임지는 대표 특산물로 손꼽힌다.

상주곶감의 역사는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실록> 150권 지리지(경상도) 공물 항목에는 밤·대추와 함께 ‘홍시·곶감’이 적혀 있다. <예종실록> 2권(1468년 11월 13일)에도 건시 공물 배정과 관련한 내용이 등장한다. 조선시대부터 임금님께 진상된 특산물이었다는 의미다.

상주곶감이 ‘명품’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연조건이 있다. 감 재배 적지의 연평균 기온은 11~15℃로 알려져 있다. 상주지역은 연평균 13.1℃, 일조시간 2401시간, 연강수량 1357㎜로 떫은감 재배에 유리하다. 곶감 주산지 가운데서도 위도가 높은 편이지만 내륙에서 떫은감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상한선에 가깝고, 지형·토양 여건도 갖춰 ‘곶감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곶감은 건조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건조기인 11~12월에는 기온과 습도가 낮고 강수량이 적으며 건조한 북서계절풍이 불어야감이 곱게 마른다. 상주는 주요 산지와 비교해 강수량과 상대습도가 낮고 기온도 낮아 단맛이 응축되고 속살이 쫀득해지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건조되면서 맛뿐 아니라 영양 성분도 달라진다. 타닌 성분이 건조 과정에서 변화해 떫은맛은 줄고 보관성은 높아진다. 시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떫은감 100g당 열량이 56kcal인 데 비해 곶감은 237kcal로 높아지고, 당질도 14.8g에서 63.2g으로 늘어난다. 비타민 A 함유량은 곶감이 떫은감보다 1.9배 높게 나타난다. 겨울철 간편한 에너지 보충 간식으로 곶감이 사랑받아온 배경이다.


◇전통에서 산업으로…상주곶감의 확장

▲상주곶감 한상세트/사진제공=상주시

▲상주곶감 한상세트/사진제공=상주시


현대의 상주곶감은 ‘전통 식품’에서 ‘지역 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상주곶감은 2008년 청와대 설 명절 선물로 납품됐고, 2018년 남북 고위급 대표단 청와대 오찬 후식으로도 제공됐다. 2019년에는 ‘상주 전통 곶감농업’이 제15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가치를 공인받았다.

시는 상주곶감유통센터를 거점으로 공동선별·유통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09년 헌신동에 선별장·유통센터를 착공해 집하공동선별-포장-저장-유통을 일원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임산물가공유통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냉동탑차 △지게차 △팰릿 확보와 곶감 직판장 리모델링 등을 추진하며 물류와 작업환경을 개선했다. 또한 곶감농가를 대상으로 지리적표시제 회원 교육과 상주감연구소의 신품종·재배기술 교육을 연계하는 등 현장 중심의 상주곶감을 널리 알리는 데는 상주곶감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9~12일 나흘간 태평성대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 축제에는 곶감 판매부스 54개 업체와 먹거리부스 90개 업체가 참여했다. △라이브커머스 △곶감경매 △상주곶감가요제 등 판매·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회전눈썰매장 △연날리기 △굴렁쇠 △제기차기 △투호 등 겨울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대표 축제’로 거듭났다.

축제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축제 전체 방문객은 약 11만1100명으로 전년(7만3000명) 대비 51.1% 증가했다. 방문객 평균 체류시간은 2.4시간으로 집계됐다. 축제 4일간 직접 소비 매출은 약 28억9000만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86억원으로 분석됐다.

상주곶감이 전통을 넘어 오늘날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해 고유 품종을 지키기 위한 연구와 품질·유통 기반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맞물리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상주곶감은 겨울마다 많은 이들이 찾는 ‘대표 곶감’으로 자리매김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현승 기자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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