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마켓인] ‘기사회생’ MBK, 구속 면했지만…사법리스크 장기화는 과제

이데일리 허지은
원문보기

[마켓인] ‘기사회생’ MBK, 구속 면했지만…사법리스크 장기화는 과제

서울맑음 / -3.9 °
法 김병주 회장 등 구속영장 전원 기각
‘회계 해석’ 공방은 본안 재판으로
MBK, 최악의 리더십 공백은 피했지만
고려아연·홈플러스 등 시장 신뢰 회복 관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창사 이래 최대 경영진 신변 위기를 넘겼다. 법원이 김병주 회장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다. 하지만 검찰이 제기한 ‘1조원대 분식회계’와 ‘사기회생’ 의혹은 향후 본안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된 만큼, 사법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시장 신뢰 회복은 또 다른 과제로 남게 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회장과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 혐의도 함께 받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총 4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원 기각했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심문은 21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장고 끝에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를 통해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고의 등 주관적 구성요건이나 평가적 부분에 관해서는 충분한 분석과 탄핵 과정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검찰이 제기한 RCPS(상환전환우선주)의 자본 전환 등이 사기적 기망이라는 논리가 법리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MBK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MBK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이 회사(홈플러스)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오해한 검찰의 주장을 물리치고 우리 입장이 타당함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향후 법적 절차에서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법적 방어 성공했지만 신뢰 회복 ‘과제’

이번 기각으로 MBK는 당장 발등의 불이었던 경영 마비 상태는 면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구속 신세를 면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회생 작업 등 주요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고위 임원진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향후 MBK파트너스의 영업 활동 내내 ‘키맨(Key-man) 리스크’에 대한 소명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사모펀드는 도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비록 영장은 기각됐으나 검찰이 분식회계라는 구체적인 혐의점을 들고 나온 만큼, 향후 기관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정기 출자 사업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신규 딜 소싱에서의 경쟁력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이나 규제 산업 분야의 딜에서는 적격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현안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여전하다. 우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제기해온 ‘약탈적 자본’ 및 ‘부도덕한 기업’ 프레임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영장 기각으로 법적 정당성을 일부 확보했으나, 향후 장기 재판이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명분 다툼에서 ‘피의자 신분’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을 거두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의 회생 인가 절차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기존 제출된 회생계획안이 조작된 재무제표에 근거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계획안 자체를 거부하거나 전면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분식회계 의혹 꼬리표가 붙은 기업을 선뜻 인수할 후보가 나타날 지도 미지수다. 노동조합의 반발과 정부 주도 매각 요구가 거세지는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도 관건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법원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기각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검찰이 제기한 의혹의 실체에 주목하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재무 공학이 사법적 잣대 위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