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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다빈치 그림에서 DNA 채취…“그의 것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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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다빈치 그림에서 DNA 채취…“그의 것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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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일 수도 있는 DNA가 검출된 붉은색 분필 드로잉 ‘성스러운 아기’(Holy Child, 왼쪽),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작품(1510년). Virtual Museum, 위키미디어 코먼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일 수도 있는 DNA가 검출된 붉은색 분필 드로잉 ‘성스러운 아기’(Holy Child, 왼쪽),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작품(1510년). Virtual Museum,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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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유럽 중세 르네상스시대의 천재 예술가이자 발명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작품에서 그의 것일 수도 있는 DNA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1452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태어난 다빈치는 사람 몸속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시체를 해부하고, 운하를 설계하기 위해 강의 흐름을 측정했으며, 오늘날의 헬리콥터와 비슷한 비행체를 스케치했다. 그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약 20점의 미술 작품과 수천 점의 드로잉, 스케치, 메모를 남겼다. 이번에 채취한 DNA가 다빈치 것으로 확인될 경우, DNA 채취법이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 유력한 수단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술작품의 진위를 가리고 작가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작품에 남아 있는 유전자를 포함한 생물학적 정보를 분석하는 연구 작업을 ‘아르테오믹스(Arteomics)’라고 부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일 수도 있는 DNA가 검출된 붉은색 분필 드로잉 ‘성스러운 아기’(Holy Child). 1470년대에 피렌체에서 그린 것으로 보인다. Virtual Museum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일 수도 있는 DNA가 검출된 붉은색 분필 드로잉 ‘성스러운 아기’(Holy Child). 1470년대에 피렌체에서 그린 것으로 보인다. Virtual Museum


이번 연구는 크레이그벤터연구소, 록펠러대 등이 참여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DNA 프로젝트(LDVP)’ 연구진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붉은색 분필로 그린 ‘홀리 차일드’(Holy Child, 성스러운 아기)라는 제목의 그림에서 그의 것일 수도 있는 DNA를 회수했다고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다빈치는 그림을 그릴 때 붓과 함께 손가락을 자주 사용했으며, 따라서 그의 그림에는 그의 피부 세포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에선 그를 지원했던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권력의 상징처럼 재배했던 오렌지나무(Citrus sinensis)의 DNA와 인간의 피부나 땀에서 기원한 미생물도 다수 검출됐다.



연구진이 2024년 4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16세기 붉은 분필 그림 ‘성스러운 아기’에서 면봉으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Marguerite Mangin/사이언스

연구진이 2024년 4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16세기 붉은 분필 그림 ‘성스러운 아기’에서 면봉으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Marguerite Mangin/사이언스




무덤 훼손…다빈치 DNA 기준 시료 없어





논문에 따르면 그림과 그의 사촌이 쓴 편지에서 추출한 Y염색체 서열이 모두 다빈치가 태어난 토스카나 지역에서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유전자 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성스러운 아기’에서 회수된 DNA는 다빈치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고 단서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현재로선 다빈치 본인의 DNA와 직접 대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519년 그가 사망한 후 무덤이 여러 차례 훼손, 이장되면서 다빈치의 DNA는 현재 확실한 기준 시료가 없는 상태다. 다빈치는 생전에 직계 후손도 남기지 않았다.



다빈치 프로젝트는 2014년 그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그의 DNA를 회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30여명의 과학자들은 그동안 그의 예술 작품과 그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로부터 DNA를 추출하는 작업을 해왔다. 예컨대 프로젝트 연구진은 그의 부계 후손들로 확인된 현존 인물들의 Y염색체를 분석하고, 그의 친척들이 묻힌 무덤에서 DNA를 추출했다. 이번 연구는 다빈치의 손때가 묻은 유물을 통해 다빈치 DNA에 바짝 다가간 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작품(1510년). 이탈리아 토리노왕립도서관 소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작품(1510년). 이탈리아 토리노왕립도서관 소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에 적신 뒤 마른 면봉으로 채취





연구진은 물에 적신 면봉으로 그림 표면을 살살 문지른 다음, 다른 마른 면봉으로 다시 문지르는 방법으로 극히 일부 시료를 떼어낸 뒤, 그 속에서 DNA를 가려내 채취했다.



연구진은 특히 그림 뒷면에서 상당량의 인간 DNA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1차 분석 결과 일단 이 DNA는 2000년대 초 이 그림을 구입한 미술품 거래상의 것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그 다음 과제는 이것이 다빈치의 것인지 아니면 그의 작업실에 있던 다른 사람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난 500년 동안 이 그림에 손을 댄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당시 다빈치의 혈족 DNA 흔적이 남아 있을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증인인 그의 아버지 손때가 묻은 문서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신 그의 방계 친척이 1400년대에 쓴 편지에서 면봉으로 시료를 채취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그림과 편지에서 추출한 Y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모두 토스카나 지역의 다빈치 가문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계통이라는 걸 알아냈다.



노인(다빈치로 추정)과 물 소용돌이 습작. 1508~1509년 작품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노인(다빈치로 추정)과 물 소용돌이 습작. 1508~1509년 작품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유전자 변이가 천재적 능력 부여했을까





연구진은 앞으로 좀더 세밀한 분석을 통해 다빈치 가문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변이들을 식별할 계획이다. 이에 성공할 경우 이 염기서열은 앞으로 다빈치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 데 유력한 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빈치 DNA가 확인될 경우 이는 다빈치의 천재적 능력을 발현시킨 유전적 단서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다빈치는 말굽 모양 소용돌이 스케치를 남겼는데, 실제 실험 결과 똑같은 모양의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는 다빈치에게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걸 시사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다빈치의 DNA엔 이와 관련한 망막 유전자 변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생물학은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천재성을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제 다빈치 DNA일 가능성이 있는 첫번째 표본을 확보한 연구진은 앞으로 다빈치 작품을 소장하고 잇는 기관과 개인들이 DNA 채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희망했다.





*논문 정보



Biological signatures of history: Examination of composite biomes and Y chromosome analysis from da Vinci-associated cultural artifacts.



https://doi.org/10.64898/2026.01.06.69788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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