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2026 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한국, 우즈벡에 0-2 패배
한국 U23 대표팀 김도현이 13일 우즈벡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수비 두 명 사이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리야드=KFA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참담하다 못해 부끄럽다. 스코어보드에 찍힌 ‘0-2’라는 숫자보다 더 뼈아픈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 사라진 한국 축구의 ‘영혼’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이 또다시 우즈베키스탄에 무릎을 꿇었다. 13일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완패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을 안겼다. 한국을 상대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경기에 나선 우즈벡은 전후반의 다른 경기 운영으로 조별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운이 좋아 8강에 올랐다는 사실이 비참함을 더한다. 같은 시간 최하위 레바논이 이란을 잡아주는 ‘기적’이 없었다면,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1승 1무 1패, 승점 4점. 조 2위로 턱걸이한 8강행 티켓은 축하받을 전리품이 아니라, 치욕을 잠시 유예받은 고지서에 불과하다.
우즈베키스탄전 패배가 유독 뼈아픈 이유는 상대의 ‘나이’ 때문이다. 우즈벡은 2028년 LA 올림픽을 겨냥해 이번 대회를 21세 이하(U21) 선수들로 꾸렸다. 우리보다 두 살이나 어린 ‘아우’들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형님 노릇을 한 건 한국이 아니었다. 기술, 체력, 조직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투지까지 모든 면에서 한국은 두 살 어린 우즈벡에 완패했다. 후반 38분까지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한 빈공, 상대의 압박에 허둥지둥 대다 자멸한 수비 조직력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민낯’이었다.
이웃 나라 일본을 보면 속은 더 타들어 간다. 일본 역시 우즈벡처럼 2028 올림픽을 대비해 U21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일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득점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전승을 거뒀다. 시스템이 정착된 일본 축구는 연령을 낮춰도 흔들림 없는 ‘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3경기 4득점 4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성인 대표팀 한일전 연패의 악몽이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재현될 조짐이 뚜렷하다.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민망할 정도로 격차는 벌어졌다.
무엇보다 통탄스러운 것은 ‘호랑이’의 실종이다. 한국 축구의 상징인 호랑이 엠블럼은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상대를 물어뜯을 듯 달려드는 용맹함과 끈기, 투지를 상징했다. 그러나 이날 리야드의 밤하늘 아래 한국 선수들에게서 호랑이의 기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두 살 어린 상대의 기세에 눌려 뒷걸음질 치는 겁먹은 고양이만이 있었을 뿐이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과감함은 사라졌고, 실점 후 상대를 압도하려는 독기도 보이지 않았다. 수비는 붕괴했고 공격은 실종됐다. 우리가 알던, 그리고 아시아가 두려워하던 한국 축구 특유의 ‘악바리 근성’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제 8강이다. 상대가 누구든, 이대로라면 4강에서 기다릴 일본을 만나는 것 자체가 공포다. 팬들은 묻는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의 무게를 알고 뛰는 것이냐고. 실력 차이는 인정할 수 있어도, 투지의 실종은 용납할 수 없다. 호랑이 엠블럼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남은 경기에서는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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