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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성수동 플래그십 '트렌드랩 성수점' 모습. 사진=조효정기자 |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국내 편의점 업계가 더 이상 점포 수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질적 전환에 나섰다. 주요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점포 수는 5만3731개로 전년 대비 1121개 줄었다. 신규 출점을 고려하면 실제 폐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전국 점포 수가 5만 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점포 수 줄고 폐점 늘어… 이제는 '선별 경쟁'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휴 입지와 과밀 상권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가맹 해지를 원하는 점주도 적지 않다"며 "올해 안에 5만 개 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수익성 중심 점포 재편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자체 브랜드(PB) 경쟁력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GS25는 '스크랩 앤 빌드'를 통해 상권 통합과 상급지 중심 재출점을 추진하며 점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CU는 건강기능식품 특화존과 콘셉트 점포 확장 전략을 강화했다. 세븐일레븐은 비식품군 확대와 뉴웨이브 운영 모델을 도입하며 기존 점포 경쟁력을 재설정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체험형 큐레이션 매장을 확대해 매장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퀵커머스 전략도 본격화됐다. GS25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퀵커머스 주문이 전월 대비 17.9% 증가했다. CU의 퀵커머스 배달 매출은 2023년 98.6%, 2024년 142.8%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O4O 서비스 개편과 배달앱 연계 프로모션을 통해 월간 앱 이용자 수(MAU)를 2배 이상 끌어올렸다. 2026년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성비'만 팔렸다… 성장률 0.1% 시대의 착시
2025년 편의점 산업은 상반기 역성장, 하반기 일시 반등이라는 흐름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 대체와 방문 고객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는 정부 소비쿠폰 정책의 영향으로 7~11월 매출이 소폭 회복됐지만 정책적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평가가 많다.
2026년 전망은 더 보수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6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업태의 성장률은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건비·임대료 상승과 포화된 점포 간 경쟁이 성장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PB 상품만이 유일한 성장 동력을 입증했다. GS25는 2025년 PB 매출이 전년 대비 29.7% 증가했고 CU 18.1%, 세븐일레븐 20%, 이마트24 10% 성장했다. CU의 990원 핫바와 1900원 닭가슴살로 대표되는 '득템시리즈'는 5000만 개 이상 판매됐고 GS25는 1000원대 PB 제품군을 40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초저가 전략 유지에는 한계가 있다. 세븐일레븐은 과자·음료 등 PB 40여 종 가격을 최대 25% 인상했고 GS25도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입 단가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PB가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전체 산업을 견인할 전략적 돌파구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 점포, 디지털… 생존 기준이 바뀐다
GS25는 무신사와 협업한 패션상품, 신선식품 특화 매장(FCS), 뷰티·건강기능식품 라인을 확대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CU는 PB 브랜드를 '피빅(PIVIK)'으로 리뉴얼하며 전통적 PB 이미지를 탈피했고 세븐일레븐은 유명 셰프와 협업한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제품 고급화를 시도 중이다. 이마트24는 자체 PB 브랜드 '상상의끝'과 '옐로우' 시리즈를 통해 가성비 수요를 흡수하며 경험형 공간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마감 할인, 당일 픽업, 재고 조회 등 O4O 서비스는 디지털-오프라인 연결을 강화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전환에는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비용이 뒤따랐다. GS리테일은 20년 이상 근속한 46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과 이마트24도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고정비를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단순 출점 확장이 아닌, 점포당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 디지털 전환 속도가 편의점 산업의 생존 기준"이라며 "공급 과잉을 넘어,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정 기자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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