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대신 ‘캐는 기업’에 베팅한 투자자들
금값이 연일 고점을 새로 쓰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꼭 가격 그래프를 따라가진 않았다. 금을 직접 사들이기보다, 금과 은을 캐는 기업 쪽으로 먼저 자금이 움직였다. 원자재 랠리 국면에서 채굴주 상장지수펀드(ETF)가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한 배경이다.
뉴욕 증시에서 자산 운용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요즘 상담 전화 내용을 보면 흐름이 분명하다”며 “금이 너무 오른 것 같다는 말 다음에 꼭 붙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디냐는 거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익률을 보면 방향은 어렵지 않다. 가격보다 먼저 반응한 쪽은 채굴주였다.
◆숫자가 먼저 움직였다…금보다 앞서 뛴 채굴주
금·은 가격 상승과 함께 관련 채굴주 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최근 1년간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뉴욕 증시에서 자산 운용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요즘 상담 전화 내용을 보면 흐름이 분명하다”며 “금이 너무 오른 것 같다는 말 다음에 꼭 붙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디냐는 거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익률을 보면 방향은 어렵지 않다. 가격보다 먼저 반응한 쪽은 채굴주였다.
◆숫자가 먼저 움직였다…금보다 앞서 뛴 채굴주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은 채굴 기업을 담은 ETF의 상승률은 200%를 훌쩍 넘겼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와 비교하면 체감 차이는 더 크다. 기술주 중심의 대형 ETF가 두 자릿수 상승에 머문 사이, 일부 채굴주 ETF는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편입 종목을 들여다보면 이유가 보인다. 은과 금 생산 비중이 높은 광산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금속 가격이 오를수록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현장에서 말하는 ‘레버리지 구간’에 들어서면 계산이 달라진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이 일정 선을 넘기면 채굴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은 체감상 몇 배로 뛴다”며 “이 구간에선 ETF 수익률이 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은 아니다…수익률만큼 큰 변동성
이 흐름은 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금 채굴 ETF는 물론, 구리·리튬을 담은 채굴 ETF도 나란히 급등했다. 전기차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수요가 늘어난 금속들이다. 시장에선 “기술주보다 실물 쪽에서 먼저 반응이 나왔다”는 말이 나온다.
채굴주가 먼저 움직인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 주가는 현재 가격보다 ‘앞으로의 가격’을 먼저 반영한다. 금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면, 시장은 광산 기업의 생산 단가와 현금흐름부터 계산한다. 가격이 오를수록 이익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진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전부터 반응하는 채굴 기업 주가 특성상, 금속 랠리 국면에서는 현물보다 주식형 ETF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게티이미지 |
다만 이를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낙폭도 빠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채굴 ETF는 금을 대신하는 피난처라기보다, 금 가격 흐름에 베팅하는 상품에 가깝다”며 “비중을 크게 가져가기보다는 사이클을 읽는 용도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번 랠리에서 자금은 결과보다 순서를 먼저 봤다. 가격이 오른 뒤가 아니라, 움직이기 직전의 구간이었다. 금보다 먼저 반응한 것은 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캐는 기업들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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