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명장 1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서 깊은 인상 남겨
육류·오신채 쓰지 않고 평온하게 경쟁…사찰음식 철학 세계에 알려
"행복하게 요리하면 먹는 사람도 행복…화합 이끈 후덕죽 셰프 인상적"
"재료와 사람 사이 통역사처럼 요리…제철 음식이 약이죠"
육류·오신채 쓰지 않고 평온하게 경쟁…사찰음식 철학 세계에 알려
"행복하게 요리하면 먹는 사람도 행복…화합 이끈 후덕죽 셰프 인상적"
"재료와 사람 사이 통역사처럼 요리…제철 음식이 약이죠"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 |
(양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명만 살아남는 1대 1 흑백대전. 먼저 요리를 끝낸 백수저 선재스님은 상대 흑수저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분이 열심히 하길래 응원해 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그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2'에서 한없이 평온한 스님의 표정과 겹쳐진 이 인터뷰 음성은 서바이벌 예능에선 좀처럼 듣기 쉽지 않은 대사였다.
스님과 서바이벌, 스님과 예능은 꽤나 어색한 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재스님으로서도 '흑백요리사2'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의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만난 선재스님은 실제로 주변에서 흑백요리사 출연을 말렸다고 했다.
'흑백요리사2' 속 선재스님 |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시즌1도 못 봤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스님도 혹시 섭외받으면 절대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재미를 위해서 유명 요리사들도 마구 떨어뜨리는 것 같다면서요."
대한민국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이미 일가를 이룬 데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도 아닌 스님에겐 '얻을 건 없고 잃을 것만 많은' 도전일 수 있으니 주변에서 말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럼에도 선재스님이 제작진의 설득에 출연을 결심한 건 한식과 사찰음식, 더 나아가 음식과 요리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1등에도, 상금에도 관심이 없지만,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이야기, 스님들이 생각하는 음식의 개념, 음식을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 이야기만 담길 수 있으면 두 번쯤 하다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죠."
내외국인 대상으로 강연하는 선재스님 |
과거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었던 간경화를 식습관으로 이겨낸 경험이 있는 선재스님은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의 전부'이고 '음식은 수행'이라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강연과 강습 등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다른 이들과도 나눴다.
"함께 출연한 요리사 한 분이 전에 들은 제 강연이 요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전엔 어떻게 하면 예쁘고 맛있게 요리할까만 생각했는데, 이후엔 먹을 사람을 생각한 건강한 요리를 하게 됐고, 그랬더니 행복해지더래요. 제가 흑백요리사에 나온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음식을 하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서 더 행복하게 건강한 요리를 하면 먹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와 모든 자연이 행복해질 수 있죠."
몇 편의 예능 속에 스님의 모든 철학을 담아낼 순 없지만, 살생하지 않기 위해 육류를 쓰지 않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자극적인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의 철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흑백요리사2'의 선재스님(왼쪽)과 옥동식 셰프 |
무엇보다 식재료를 대하는 선재스님의 태도나 조용히 제 역할을 하는 모습, 결과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평온한 표정 등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대의 승리를 기원하기도 했던 옥동식 셰프('뉴욕에서 온 돼지곰탕')와의 1대 1 대결을 떠올리며 스님은 "정말 진지하게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분이 이름이 나면 우리 음식이 더 많이 알려지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당근을 재료로 한 '무한지옥' 미션에서 당근전이라는 비교적 소박한 음식을 했다 최종 6위로 탈락한 데 대해선 "당근으로 멋있는 요리를 만들기보단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당근의 맛을 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임하는 다른 셰프들을 보며 "99명의 수행자를 만났다"고 표현했던 선재스님은 가장 인상 깊었던 '수행자'로 후덕죽 셰프를 꼽았다.
"팀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잘해준 임성근 셰프도 훌륭하지만, 저보다도 나이가 많으신 후덕죽 셰프님이 조력을 해주시며 화합을 끌어내 이길 수 있었습니다."
'흑백요리사2'의 백요리사들 |
카메라 밖에는 수백 명의 다른 수행자들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한 경험도 스님에겐 또 다른 수행이었다.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현장에서 봤습니다. 그 많은 스태프가 움직이는데 거슬리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서 성공이 온다는 걸 다시 깨달았죠."
재료를 대할 때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재료 하나하나의 성질과 먹는 사람의 체질을 고려해 재료와 사람 사이 '통역사'처럼 요리한다는 선재스님은 바쁜 현대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선택으로 제철음식을 권했다.
"유기농은 비싸죠. 제철음식은 싸면서 유기농에 가까운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약념(藥念)을 잘 이해하고 요리하면 제철음식이 약이 됩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이 제일 좋은 음식이죠."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 |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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