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출생기본소득 시행 1년만 예산수요 급증
늘어난 출생인구에 예산부담 커져
“공무원 월급주기도 벅차···비용감당 못해”
늘어난 출생인구에 예산부담 커져
“공무원 월급주기도 벅차···비용감당 못해”
전남 무안군 삼향읍의 전남도청. |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도입한 ‘출생기본소득’ 예산수요가 시행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전남이 장기적으로 출생기본소득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경향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가 올해 출생기본소득 지급에 투입하는 총사업비는 283억원이다. 이 제도는 1세부터 18세까지 매월 20만원씩, 아동 1명당 총 43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비 지원 없이 도와 시·군이 자체 재원으로 예산을 분담해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예산수요는 1년 만에 가파르게 늘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115억원에서 1년 새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지급 요건을 충족한 대상자 7014명(지급률 98.7%)이 고스란히 올해 지급 대상에 포함되고, 여기에 신규 출생아가 더해진 결과다.
전남도는 예산 증가가 출생아 수 반등에 따른 긍정적 신호라고 설명한다. 전남의 지난해(2025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1.11명으로 전년(1.03명)에 이어 전국 1위 자리를 지켰고,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태어난 총출생아 수(7295명)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매년 대상자가 계단식으로 누적되므로 불과 4년 뒤인 2029~2030년이면 연간 예산수요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연령대(1~18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2042년에는 한 해 투입 예산만 3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전남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사업 완료 시까지 총 누적 소요 예산을 약 3조 6668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전남의 재정 여건은 열악하다. 이 사업은 도와 시·군이 예산을 절반씩(5대 5) 분담하는 구조인데, 전남도의 재정자립도(2025년)는 전국 평균(48.6%)에 한참 못 미치는 27% 수준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꼴찌다.
22개 시·군의 경우도 여수(23.8%)와 광양(20.8%)의 자립도가 전년보다 3% 이상 하락했고, 완도(6.2%)·구례(6.8%)·신안(6.9%) 등 절반이 넘는 12개 군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사업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당장 곳간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마당에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분담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면서 “그렇다고 도가 역점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우리만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 진행한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과정에서 ‘3년 주기 성과 분석 및 재협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향후 재정 악화나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경우, 정책을 믿고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같은 현금성 지원보다 정주 여건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4년 전남연구원 조사를 보면 도민들은 저출산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현금 지원’(32.1%)보다 ‘주거 부담 완화’(34.6%)를 더 많이 꼽았다.
오미화 전남도의원은 “기본적인 정주 여건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예산 확보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 실효성을 냉정히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매년 늘어나는 예산은 도 재정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무조건적인 지급은 아니며, 평가 결과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지원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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