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계예금 규모 추이/그래픽=김다나 |
중국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년 이상 정기예금이 70조위안(약 1경500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기 도래 예금의 90% 이상은 다시 은행에 예치될 것이란 게 전문가 중론이다. 경기 둔화를 겪으며 형성된 중국 국민들의 저축 선호 성향 탓이다. 서방 언론에선 이 같은 중국의 과잉 저축이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은 13일 복수의 금융기관이 내놓은 예금 만기 규모 추산치를 분석,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년 이상 정기예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70조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기예금 만기가 특히 집중된 시기는 올해 1분기로 약 29조위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주력은 국유 대형은행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선 이 돈이 증시로 유입될지 주목한다. 연초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국 증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어서다. 중국 정책 결정권자들에겐 만기 도래한 천문학적 자금 중 일부가 소비로 연결될 지도 관심사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15차 5개년 개발 계획을 통해 국가 경제 체질을 내수 주도형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중국이 각종 부양책을 통해 국민 소비를 유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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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예금, 증시로?…"90%는 은행에 남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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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린잉치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은행업 연구원은 "역사적 경험상 중·장기예금 만기의 90% 이상은 여전히 은행 시스템에 남게 될 것"이라며 "가계 예금 중 금융자산 투자에 쓰이는 비중은 약 6%에 불과하며 증시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은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1% 안팎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예금 선호현상이 두드러진 까닭은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가계 학습효과가 상당히 견고해서다. 2015년 증시 폭락과 2021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붕괴 등을 겪으며 예금만이 안전하다는 국민 인식이 강화됐다. 의료, 교육, 노후, 주거 비용에 대한 가계 부담 비중 역시 높고 연금에 대한 신뢰가 제한적이란 점도 핵심 원인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현행 사회보험 기금이 2035년이면 고갈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양 AFP=뉴스1)= 2025년 6월9일 중국 선양의 한 슈퍼에서 한 여성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
이 때문에 과잉 저축이 대세로 자리잡아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는 셈이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중국 가계 예금 총액은 전년대비 10.3% 증가한 약 160조 위안(3경3824조원)으로 2024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18%에 해당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이 같은 과잉 저축이 금융구조 개혁의 핵심이라고 본다. 왕젠 국신증권 은행업 연구원은 "M2(광의통화)가 천문학적인데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M2의 상당 부분이 정기예금으로 묶여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은 이 같은 구조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이터는 중국의 GDP 대비 가계 소비 비중이 세계 평균보다 약 20%포인트 낮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을 위축시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 전반에 대한 가계 신뢰 회복을 통해 저축을 소비로 전환하는건 중국에 분명 어려운 과제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페티스 카네기차이나 선임연구원은 로이터를 통해 "중국처럼 저축 과잉이 두드러질 경우 낮은 금리는 주로 가계로부터 기업과 정부에 자금을 이전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며 "1990년대 일본처럼 현재 중국과 같은 금융 환경에선 실질금리 인하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보합이었다. 이는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제시한 연간 2% 상승 목표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며 2024년의 0.2% 상승보다도 둔화된 수준이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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