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우리가 중동에 가서 아랍문자를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알아 볼 수 있는가? 아랍문자라는 것을 알기는 하나 뜻도 모르고 읽을 수도 없다. 신생아는 문자라는 자체도 모른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엄마 엄마라는 말을, 맘마 맘마라는 말을 계속 듣게 되면 하얀 백지장 같은 신생아의 뇌 속에 엄마 맘마라는 단어가 인식되고 신생아는 그 말을 따라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아이들 눈을 보고 있으면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의 맑고 투명한 눈은 맑고 아무런 티끌도 없는 마음이란 뜻이니까. 반면에 아침에 면도를 하고 세수를 하고 화장품을 바르면서 보는 내 눈은 어떤가,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오욕칠정들이 똬리를 틀고 있기에 눈이 그럴까.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며 눈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거기에 생글생글 웃어준다면 깜빡 넘어갈 정도고, 거기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면 마음이 짠해지면서 잘 해줘야지, 잘 치료해서 얼른 낫게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아청소년과 새내기 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울기만 하지, 말은 안 통하지, 진찰에 전혀 협조도 안 하지, 보호자들은 애 그만 울리고 빨리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라고 하지 등등…. 이런 것을 30년 이상 해오면서 내 속에 스며든 마음자세다.
아이들 진료를 하겠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복귀하는 전공의도 거의 없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난 그래도 내 본분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 해본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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