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
압도적인 구매력을 앞세워 글로벌 LNG 시장 수요를 선점했던 중국이 최근 공급 과잉의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발 LNG 물량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전력도매가격(SMP) 하락 압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을 기점으로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LNG 장기 도입 계약을 대거 체결했지만, 최근 경기 둔화로 LNG 수요가 줄고 자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서 보유 물량을 재판매(reselling)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한때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던 중국의 대규모 구매력이 이제는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전력도매가격은 이례적인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kWh당 150원선을 유지하던 SMP는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성수기인 12월에도 89.94원(육지 기준)까지 떨어졌다. 통상 겨울철 SMP가 상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도매가격이 1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례적이다. 2년 전 200원대를 웃돌던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민간 발전사들이 단순한 마진 축소를 넘어 ‘역마진’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발 LNG 공급 증가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이미 하락 추세이던 SMP에 중국 LNG 공급까지 더해지면 민간 발전사들의 수익성 저하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판가 하락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판매 단가는 2023년 kWh당 205원에서 2024년 160원, 2025년 3분기 150원으로 매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업계는 4분기 실적에 최근 90원대까지 떨어진 SMP가 반영될 경우, 단가 하락폭이 확대되며 매출 외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도 감소세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발전) 부문의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817억원으로, 전년 동기(5324억원) 대비 약 500억원(-9.5%)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발전량은 5,222 GWh로, 지난해 연간 발전량(12,193 GWh)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전반적인 물량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 판매 단가(SMP) 하락세에 발전 물량 감소 영향까지 겹치며 실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최근 SK E&S를 흡수합병하며 외형을 확장한 SK이노베이션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합병 전 본업이었던 ‘에너지 및 화학’ 부문의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49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031억원) 대비 약 73% 급감했다. 합병으로 편입된 발전 부문(E&S)이 3분기 누적 56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방어했으나 이는 SMP가 150원대를 유지하던 시기의 실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Cash Cow) 역할을 기대했던 발전 부문이 SMP 하락으로 수익성이 둔화될 경우, 합병 시너지가 희석될 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 E&S는 SMP 하락과 도시가스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영업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부 교수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 입장에서 국제 가격 하락에 연동해 도매가격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SMP 하락이 당장 한전의 적자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민간 발전사 수익은 악화되는 ‘제로섬’ 상황이 도래했다”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현행 변동비 반영 시장(CBP)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S SMP가 하락하면 발전사들은 연료비(변동비)는 보전받더라도, 막대한 설비 투자비 등 고정비를 회수할 수 있는 기전이 부족해 적자로 전환될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SMP가 낮아지면 민간 발전사들의 변동비는 회수되더라도 고정비가 회수되지 않아 적자 전환될 여지가 커진다”며 “차액계약제도(CfD) 또는 정부승인 차액계약제도(V/C) 등 계약제도 활성화를 통해 총괄원가를 보상하거나 가격 기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가격입찰제(PBP)로 변경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