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입주장 효과’ 사라졌다?… 잠실 4500가구 입주에도 전셋값 오르는 이유는

조선비즈 김유진 기자
원문보기

‘입주장 효과’ 사라졌다?… 잠실 4500가구 입주에도 전셋값 오르는 이유는

서울맑음 / -3.9 °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전세 시장이 도리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할 때 전세 물량이 늘어나면서 인근 지역의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시장에 풀리는 전세 물량 자체가 크게 늘지 않아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5일 기준) 송파구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0.0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는 전세가격 변동률은 0.07%였다. 송파구는 이달부터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지만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까운 지역의 전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입주 예정인 잠실르엘은 1865가구 가운데 전세 매물(직방 기준)이 64건에 불과하다. 월세 물량이 84건으로 전세보다 오히려 많은 상황이다. 이달 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역시 2678가구 가운데 전세 107건, 월세 73건만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의 전셋값이 내려가는 일명 입주장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 2018년 서울 송파구에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입주를 시작하자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변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이 도미노처럼 하락했다. 잠실의 경우 전용 84㎡ 아파트의 전셋값이 2억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입주장 효과는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와 주택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인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세입자의 대출 자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자 전세를 주는 대신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월세 형태의 임대차 계약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 투시도.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잠실래미안아이파크 투시도.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제공



또한 잠실르엘과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모두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면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는 점도 전세 물량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분석된다. 전세 물량이 나오더라도 3년 거주 특약이 붙은 물량이 대거 나오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책적으로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다 보니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는 대신 입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신축 아파트가 귀해 사전 점검을 가보고 입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특히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잔금 치를 때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세입자도 들어가기 힘들어지는 구조가 되면서 전세 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잠실르엘 등과 같은) 분상제 주택의 경우 곧바로 입주하지 않더라도 3년 뒤에는 실입주 기간을 채워야 한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기간이 4년까지 보장되고 보증금 상승 폭도 제한되면서 처음부터 전세 가격을 싸게 책정하지 않으려는 추세도 최근 송파구 전세 시장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제 전세는 2+2년이 기본이 됐는데 주변 시세보다 처음부터 전셋값을 싸게 내놓으면 2년 뒤에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대단지 입주장에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전세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심각해 송파구의 4000여 가구 입주 물량만으로는 전세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 소장은 “잠실르엘이나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입주를 하더라도 서울 전체적으로는 입주 물량이 없다”며 “게다가 전세가 2+2년으로 최장 4년을 거주할 수 있고, 주택 매수를 위한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세입자가 나가지 않아 기존 전세 물량도 나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