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
정부의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 공개 뒤 ‘제2의 검찰청법’이라는 반발 기류가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는 ‘수사사법관’ 신설 등을 통한 이원화가 수사역량 보존을 위한 유인책이자 고육책이라고 설명하지만, 검찰 내부의 반응도 냉담해 검찰 수사 인력의 중수청 확보 가능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사법관? “유인책으로도 부족”
정부안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수사역량 보존을 위해 검사들의 ‘전직’을 유도하도록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 제도를 도입한다는 부분이다. 앞서 대검 ‘검찰 제도개선 태스크포스’가 지난해 검사 910명을 대상으로 향후 거취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비율은 0.8%(7명)에 불과했는데,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수사사법관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이 없으며 △신분 보장도 검사만큼 강력하지 않으며 △새로 출범하는 조직에서의 위치와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며 중수청 합류에 여전히 부정적인 분위기다. 수도권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구체적인 사법통제를 어디서 하는 건지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고, 영장청구권도 없는 상태에서 공소청 지휘를 받는 개념이면 결국 한계가 있다”며 “섣불리 지원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 우선권…권한 충돌 가능성도
중수청의 광범위한 수사 대상과 ‘사건 우선권’을 두고도 논쟁이 거세다. 중수청은 부패·경제 수사만 담당하던 검찰에 더해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범죄, 사이버 범죄까지 9대 범죄를 맡게 된다. 정부안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검찰을 닮은 중수청에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한 셈이어서 오히려 현행 검찰제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중수청의 수사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수청법은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되는 수사의 경우 중수청이 이첩을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법에 따른 수사만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잘못하면 대검 중수부가 마음대로 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법무·검찰개혁위원이었던 한 변호사는 “굳이 이렇게 직접수사하던 검사를 중수청에 데려다가 이름만 바꾼 검사 역할 하게 만드는 건 검찰개혁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수사사법관으로 바꾼 검사가 중수청으로 넘어와 ‘특수부 검사’처럼 폭주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다만, 수사사법관에게는 영장청구권이 없는 만큼 검사가 가졌던 권한과는 차이가 크다는 반론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쨌든 공소청과 중수청은 기관이 달라지기 때문에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공소청이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므로 중수청 수사사법관은 통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검찰청 폐지를 선제적으로 결정한 뒤 부작용을 막으려고 조직을 설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중수청을 만들려다 보니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검찰청 검사와 수사관들을 당겨 오는 과정에서 생긴 진퇴양난”이라고 짚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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