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미래세대 교류 확대·공통 미래과제 해결 위한 협력' 합의
"조세이 탄광 DNA 감정 추진"…정상회담 첫 공식 의제로 다뤄진 '과거사'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6.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새로운 60년'을 위해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양국 간 과거사 사안에 대한 일부 진전도 있었는데, 양국이 아직은 과거 문제 해결보다는 미래에 더 방점을 둔 외교에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14일 분석된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이어 '새로운 60년'으로 밀착 강화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인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90여 분간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10월 첫 만남에서 뜻을 모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선 '새로운 60년의 시작'이라는 한일관계의 새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한때 아픈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된 지도 이제 환갑, 60이 지났다"라며 "이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었던 작년에 일한관계의 강인함을 지속해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일 정상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도 새로운 60주년을 위한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한일 양국이, 그리고 한일 양 국민이 더욱 밀도 있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진정으로 더 가까워지고 함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새로운 60년의 원년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새로운 60년의 출발점으로 삼아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이 긴밀하게 공조·협력해 나간다는 것이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해묵은 현안' 해결은 아직…새로운 '공조 사안' 발굴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그간 한일은 관계 개선과 발전에 집중하며 과거사 사안은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루지 않아 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실용외교'라고 설명하며, 한일이 과거사에 매몰돼 협력할 사안도 협력하지 못해 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사 사안 역시 양국의 중요한 외교적 의제라는 점에서, 더 늦기 전에 정상 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조세이 탄광'이라는 새로운 과거사 사안을 양국의 협력 사안으로 제시하며 '소기의 성과'를 도출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던 해저 탄광을 일컫는다. 당시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본인들은 조세이 탄광에서 일하기를 꺼렸고, 그 빈자리는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채웠다. 그러다 1942년 탄광이 무너지면서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관리자 47명 등 183명이 수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일본인 피해자들도 상당수 발생했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도 조세이 탄광 사건의 재조사와 유해 발굴에 대한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일은 우선 민간 차원에서 일부 협력을 진행해 지난해 처음으로 매몰자의 유해 일부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일은 당국 차원에서 이 유해와 추가 발굴 가능성이 있는 유해의 DNA 조사를 통해 조선인 강제 징용자가 조세이 탄광에서 사망했다는 '증거'를 찾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나 조선인 강제 징용 관련 다른 사안은 일단 보류하고, 일본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과 관련 여론의 반향이 있는 이 사안을 과거사 문제로 제기해 일본 측의 협력을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사 문제를 이제 한일 정상회담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 즉 '어젠다 세팅'이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확대 회담을 하고 있다. 2026.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AI·경제안보·과학기술 등 협력 분야 다각화도 성과
아울러 한일은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 당국 간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지식재산 보호 등 미래 협력 분야에 대한 실무협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양 정상은 'CPTPP' 즉,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일단 '경제·국제규범 협력'이라는 표현을 통해 향후 한국의 CPTPP 가입 문제를 협의할 여지를 열어뒀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한일 미래의 근간인 청년 세대 간의 교류의 양적·질적 확대 방안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 지난해 출범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통해 미래 문제인 저출생과 고령화 등을 비롯해 지방 성장 등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모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기존의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나가기로도 했다.
한중일 3국 협력의 중요성도 다뤄졌는데,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심화하는 중일 갈등 국면을 관리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 4~7일 중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이 중일 간 '조율자'로서 나름의 외교적 제스처를 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수세에 몰린 다카이치 총리는 한중일 3국 관련 언급을 따로 하진 않았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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