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장기 기증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기증 희망 등록이라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아직은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 중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기획 보도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말 4만 6400여 명에 달하는데 연간 장기 기증자는 300~400명 수준이다. 장기이식 대기자와 기증자의 큰 격차로 하루 평균 8.5명꼴로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숨지는 실정이다.
장기 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은 한 사람의 죽음이 또 다른 사람의 삶으로 이어져 새롭게 피어나게 하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숭고한 행위가 인체 훼손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실행으로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장기 기증에 대해 응답자의 5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6.9%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체 훼손에 대한 우려(30.0%)’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20.9%)’ ‘가족 간 의견 불일치에 대한 우려(13.4%)’ 등의 이유로 실제 기증 희망 등록률은 2.9%에 머물고 있다. 생명 나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기이식 대기자 대비 기증자 비율이 1%에 그치고 있는 이유다.
스페인·영국 등 장기 기증이 활발한 나라에서는 ‘심정지 후 장기 기증(DCD)’이 전체 기증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연명 의료 중단 결정 환자를 대상으로 DCD를 허용하는 ‘생명 나눔 종합계획’을 지난해 10월에야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DCD가 도입되면 현재보다 기증자가 최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 장기 기증 희망자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사실상 가족 전원 동의라는 관행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 기증자를 찾지 못해 새 생명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지는 환자들이 많다. 장기 기증이 새로운 삶을 여는 희망의 문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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