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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 백화점’ 김병기 제명, 개인 비리로 덮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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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 백화점’ 김병기 제명, 개인 비리로 덮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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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공천헌금 수수 및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의원에 대해 그제 밤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다. 김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동작구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불거지자 지난달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논란,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배우자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등 불거진 의혹만 10여개에 달한다. 가히 ‘비리 백화점’으로 불릴 정도다.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까지 지낸 실세 의원의 민낯에 허탈감과 배신감이 너무나 크다.

이번 제명 처분은 여당으로서는 국민 앞에 고개를 들기 어려운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특히 비리 의혹의 핵심이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천제도라는 점에서 사태의 엄중함을 더한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징계시효 소멸’을 이유로 들어 제명 의결에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했다. 자진 탈당 요구도 거부했다. 후안무치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비상 징계권 발동도 검토하고 있다. 자신의 늑장대응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할 대로 악화하자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일회성 징계로 매듭지으려 한다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과거 이수진 전 의원의 공천헌금 관련 탄원서가 당 지도부에 전달됐음에도 묵살됐다는 폭로가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관련 기록이 사라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김 의원 외에도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도 제기돼 있다. 그래서 특정인에 국한된 ‘휴먼 에러’(정 대표)가 아니라 ‘시스템 에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당의 근간을 오염시킨 ‘구조적 범죄’에 가깝다는 말이다.

김 의원은 즉각 당적을 내려놓고 수사기관의 조사에 임해야 한다. 경찰 역시 탄원서 유실 경위와 윗선 개입 여부를 성역 없이 끝까지 밝혀야 한다.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약속하며 엄단 의지를 밝힌 만큼 말뿐인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지 못한다면 민심은 더 차갑게 돌아설 것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공천헌금 특검 요구 또한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전반의 공천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비리 정치인이 발붙일 수 없도록 엄중한 법적·윤리적 잣대를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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