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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금 한 푼 아쉬운데 체납 불법 탕감한 국세청,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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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금 한 푼 아쉬운데 체납 불법 탕감한 국세청,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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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1조4000억원 규모의 세금 체납액을 부당하게 탕감해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심지어 고액 체납자의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한 병에 1400만원 하는 로마네콩티 와인 1005병을 압류했다가 체납자에게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 세금 한 푼이 아쉬운 나라 곳간 상황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배임이다. 행정 징계로 그칠 게 아니라 수사를 통해 엄벌해야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 10월 세금 체납 누적액이 122조원 규모에 이르자 부실 관리 비난을 걱정해 ‘100조원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계획했다. 이후 각 지방청에 체납액 감축 목표(20%)를 일률적으로 할당했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0만9149명의 체납 세금액 16조5499억원이 탕감됐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최소 1조4268억원은 국세청이 받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하는 세금이라고 봤다.

국세 징수도 시효가 있다. 통상으로는 5년이고, 5억원 이상은 10년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내지 못할 수 있다. 물려받는 재산보다 채무가 많아 상속을 포기하면 피상속자의 세금이 체납될 수 있다. 세금을 걷는 데 드는 비용이 세금보다 많으면 징수의 실익이 없다. 이런 경우 세금 탕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걷을 수 있는 세금을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세청의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특히 고액 체납자 1066명의 체납액 7222억원을 국세청이 탕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중에는 명단공개·출국금지·추적조사 등 이른바 국세청의 ‘중점 관리 대상’이 289명 포함됐다. 이들의 일부는 세금을 탕감받고 금융 규제가 풀리자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다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극소수라니 국세청의 기강 해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당시 징세과장에게 징계를 내리고, 결정권자인 김대지 전 국세청장의 행위에 관한 기록을 남기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는 3년에 불과하지만, 뇌물죄는 일반적인 공소시효가 7년이고 받은 금액에 따라 15년까지 연장된다. 국세청은 체납자와의 검은 유착이 의심스러운 공무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 의뢰하고, 국세징수권이 부당하게 소멸하지 않게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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